베이징(북경)에서 열린 남북차관급회담의 원래 목적은 이산가족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료 20만t을 공짜로 주면서까지 '이산
가족'을 첫과제로 정한 이유는 이야말로 가장 인도적인 문제이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북한에게서 과연 이런 인도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
까. 북한은 지난 20일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에게 '훈련된 귀순공작
원'이라는 누명을 씌워 억류, 4일째 감금하고 있다.
민씨는 사촌오빠의 주선으로 아들을 데리고 들뜬 마음으로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평범한 주부였다. 이런 민씨를 억류하고 아들과 생이별
하게 만드는 무도한 북한이지만, 우리 정부는 손조차 쓰지 못하고 현
대만을 쳐다보고 있다.
서해 교전 직후인 지난 17일,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금강산 관광객에 대해 신변안전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추가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언론의 요구에 "그
런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예측할 수 없는 집
단"이라고 평가하는 북한 당국자 말만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완전히 배신당한 현재까지도 정부는 여전히 무언가 어물거리는 모
습이다.
사건후 정부가 취한 조치는, 현대를 닥달하고 말로 항의하는 것이
전부였다.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해 뭘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는 '문제를 해결할 정부간 약속과 채널이 없다'는 금강산 관광의 근
본적문제를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베이징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서해 문제를 들고 나와 "사죄하
라"고 '도둑이 몽둥이 드는 짓'을 하는데도, 마냥 바라보고만 있다.대
표단 명단도안 보내고, 회담 시간까지 제멋대로 바꾸는 무례를 당하고
도 우리측은 북한측의 '시혜'만을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강경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최근
대북 자세에선 사사건건 북한의 눈치를 보며 '선처'를 바라는 듯한 느
낌을 지울 수없다. 왜, 무슨 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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