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함간 함포전이라는 휴전 이래 최대의 무력충돌이 벌어졌지만,
국민들은 이상하리만큼 동요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대북 불감증에 따른
정신적 해이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가 성숙한 결과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전이 벌어진 15일 출발한 금강산 유람선에 관광객 대부분이 예정대
로 탑승했고, 물건 사재기 현상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금강산 관광
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우리를 볼모로야 잡겠느냐"고 낙관
하거나, "가족과의 약속이어서…"라며 일정을 강행했다. 탑승객 수도 15
일 590명, 16일 563명, 17일 622명 등 큰 변화가 없었다.
심지어 교전사실이 알려진 직후 15일 오전 한때 폭락했던 주가는 오
후 들어 바로 급상승해 800선을 회복했다. 한화투신 조덕현(38) 과장은
"무력충돌이 악재인 것은 분명한데, 이번 교전은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고 말했다. 노동계는 예정대로 '파업유도' 발언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한부 파업을 강행했다. "이런 비상시기에 무슨 파업…"이란 비난의 소
리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PC통신 토론장에서는 '신북풍설'을 제기하거나 '자작극'이라는 냉소
적인반응마저 등장했다. "남북한 정부가 긴밀히 공조해 이런 일을 하지
않았나 싶다."(itki) "정국전환용 쇼다."(시나위) 나우누리 '열린 광장'
의 한 네티즌은 "김대중 정권조차 종전처럼 '북한공포'를 비장의 카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인다"고 했다. 반면, 이런 주장에 반박하거
나 동족간에 총부리를 겨누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글도 상당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안보 불감증에 빠져 남북대치상황이라는 사실
을 잊은 결과이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햇볕정책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주부 최영숙(56)씨는 "비료도 주고 금강산도 오가는 마당에 북한이 도발
했다고 해도 6·25때처럼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지겠는가 하는 생각들을
나를 포함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교전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압도적
인 승리로 국민 대부분이 우리 전력에 신뢰감을 표시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다. 국방연구소장 박순참(58) 예비역 소장은
"직접 싸워보니 우리 군사력의 우위가 입증됐다고 국민들이 생각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해군 당국자는 "북한군의 규모나 화력은 여전히 우리보다
우세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교전 결과를 놓고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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