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는 16일 항공모함과 순양함, 정찰기등의 한반도 급파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이번 군사력 증강이 크게 부각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었다.

마이클 더블데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미군의 이동
계획을 공개하면서 그 규모가 '아주 소규모(a little bit)'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현재 북한군은 북방한계선 북쪽에 머물러있다"
고 누누이 강조한 후, 항공모함 콘스털레이션호의 파견도 "이번
위기 이전에 파견이 계획되어 있었다"고 의미를 일부러 축소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날 미군의 한반도 급파 배경에 대해
"남북한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시위나 위협이 아니라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미군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겠다는 의
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이날 미군의 급파 계획을 서둘러 밝힌 것
은 코소보 전쟁으로 '힘의 공백'이 생긴 한반도에 뒤늦게나마 '힘
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 일각에선 서해상 교
전발생 이틀 후, 또 해상대치발생 후 거의 열흘 만에야 미군의 파
견 계획을 밝힌 것은 너무 굼뜬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미 의회에서 공화당측도 미국이 이라크에 이어 코소보 전쟁으
로 인해 2개 지역의 전쟁을 동시에 승리로 이끌겠다는 종래의 '윈
윈(Win-win)' 전략에 커다란 허점을 노출했다고 비판해왔다.

현재 한반도 주변에는 미 항모가 한대도 없는 항모 공백상태를
빚고 있다. 코소보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이라크와의 분쟁으로 페
르시아만에서 작전중이던 미 항모를 코소보 전쟁에 투입하고, 대
신 한반도 주변을 맡고있던 키티호크 항모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
시켰다. 게다가 한국 내의 일부 미 공군기마저 코소보 전쟁에 차
출하는 바람에 미 알래스카 주둔 공군을 한반도로 충원하는 편법
을 쓰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과 코소보 사태로 골치를 앓아온
터에 한반도에서 남북한 간의 교전이라는 준 전시상황이 발생하자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그
동안 사태 악화에도 불구, '평시 전투태세(normal state of readiness)
유지'를 강조하며, 조용한(in a low-key way) 대처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날 국방부의 이례적인 군사력 이동 계획 발표는 더이
상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분쟁을 조속히 진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북한에 강력히 전달하겠다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진단했다.

미 정부관계자들은 또 "이번 미군 파견은 우방인 한국에 대한
지원을 가시화, 한국민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무부보다 높은 톤으로 "주한미군은
항상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 해역에 미 항모가 실제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날 더블데이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출발하는 항공모함 콘
스털레이션호가 한반도 해역에 도착하는 데 약 열흘이 걸린다고
밝혔다. 예정보다 한달 먼저 걸프만을 떠난 키티호크 항모가 일본
요코스카(횡수하)항으로 돌아오는 데는 이보다 많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로 유사시 미군의 대응태세를 한눈에
파악하는 부수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따라서 미국이 순양함 빈센스를 포함, 일본 주둔 함정 2척을
즉각 한국으로 파견하고, 미 워싱턴주 위드베이섬 주둔 EA6B 전자
정찰기 4대를 한국에 급파하는 이유도 한반도에서의 항공모함의
공백을 긴급히 메우기 위한 응급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현재 미국 본토와 주변지역에 한반도 유사시
즉각 투입될 수 있는 F/A18 호넷기 2개 비행대대와 10대의 B52 전
략폭격기 등이 대기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전력은 그동안 코소보
사태와 관련, 키티호크 항모가 태평양에서 걸프해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아태지역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비상 경계태세를 유지해온 예
비전력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