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코소보는 귀향하는
알바니아인들과 탈출하는 세르비아인들이 교차하는 희비극이 뒤섞인
땅이다. 코소보 주도프리슈티나에서 세르비아공화국 국경으로
이르는 도로에는 철수하는 유고연방군 차량들 사이로 세간살이를
지붕에 얹은 민간인 차량들이 끼여 체증을 빚고 있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코소보를 떠나는 버스에 동승하려는 세르비아
민간인들의 아우성이 메아리친다.
타향떠돌이에 지친 알바니아인들에게는 어떤 것도 그들의 귀로를 막을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지뢰나 폭발물같은 전쟁의 흔적도,
세르비아 군-경찰의 금품 갈취도 개의치 않는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그저 조심하라고 주의를 줄 뿐 그들을
막지는 못한다}고 했다. 알바니아인들은 {세르비아군들이 집을 완전히
파괴했지만 다시 세우면 된다. 중요한 것은 살아 남았다는
사실이다}라며 들떠 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지난 12일 나토 주도의 국제 평화유지군(KFOR)이
코소보에 진주한 이래 16일까지 세르비아인 4만여명이 코소보를 떠난
것으로 추산한다. 코소보에 거주하던 20만 세르비아인들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런 탈출 러시는 알바니아계 코소보해방군(KLA)의
보복이 두렵고, 인구 구성비로 보아 새로 들어설 코소보 자치 정부에서
알바니아계 독주가 뻔하기 때문이다. 프리슈티나에 거주하던
세르비아인 미로슬라프 단체토비치(18)는 {나토가 공개적으로
알바니아 편을 들고 있는데, 여기 남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인들에게 [성지]다. 1389년 6월28일 코소보
평원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세르비아인들의 기독교군은 이슬람교도인
오스만 제국 군대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가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곳
프리슈티나에서 10㎞쯤 떨어진 곳에 세르비아인들이
[가지메스탄(Gazimestan)]이라 부르는 기념비에는 당시 세르비아 군대를
이끌었던 라자르 대공(대공)의 유명한 말이 새겨져 있다. {오늘 여기에
침략군에 맞서 싸우러 오지 않은 세르비아인들이 있다면 그 후손들은
멸망하리라.} 유고연방 정부는 되도록 세르비아인들에게 코소보를
떠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목숨이 걸린 절박한 상황에서 귀담아 듣는
이들은 없어 보인다.
코소보에 가장 먼저 진입한 러시아군 지위를 둘러싸고 미-러간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7일 러시아군이 코소보 일부구역을 관할하겠다는 요구를 거부했다.
미-러 외무,국방 장관들이 함께 만나 마무리 절충을 벌였다. 최종결론은
17∼18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G8)
정상회담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유고 6개 야당 연합은 16일부터 밀로셰비치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시작해 내분 양상이 더욱 가열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