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연일 활황을 보이는 요즈음, 증권사 직원 홍길동씨는 밀려
오는 문의전화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다. 따라서
홍씨는 요즘 사무실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점심
을 간단히 해치우고 있다.

학원에서 종일 공부하고 온 재수생 김갑돌군에게 어머니는 "수능시험
이 다가올수록 체력유지가 중요하다"며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두부를 좋아하는 김군을 위해 어머니는 그날 저녁 맛있는
두부찌개를 끓여주었다.

평범하기 짝없는 우리의 일상적 먹거리 생활 모습이다. 그러나 감자튀
김을 먹은 홍씨나 두부찌개를 먹은 김군 모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전
자변형' 감자, 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에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독한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콩과 옥수수, 보통 크기의 몇
배에 달하는 슈퍼 토마토…. 특정 작물 유전자에서 '추위에 잘 견디는 성
질'이나 '병충해를 극복하는 특성' 등의 필요한 부분만 추출해 만든 DNA
를, 다른 작물에 옮겨 신품종을 생산하는 유전공학의 산물들이다.

일부 학자는 이런 신기술로 탄생한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이 장차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농산물을 먹을 때 인체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확정적 연구결과는
아직 없지만 GMO를 먹인 쥐의 면역기능이 떨어졌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
기되고 있다. 뜨거운 논란 속에서 정부는 다음달부터 'GMO표시제'를 도입
해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이 사실을 표시
토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150만t 정도. 주로 미
국에서 수입하는 감자-콩-옥수수 등 10여종이다. 하지만 수년내 사과-쌀-
오이-호박 등 수백가지 새 식품이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전통식품이라 여겼던 두부의 원료인 콩, 길거리 햄버거가게에서 무심
코 사먹은 감자튀김의 원료감자 대부분이 수입한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다.
우리가 농산물을 수입하는 미국은 이미 콩의 3분의 1, 옥수수의 4분의 1
이상을 유전자변형 씨앗으로 기르는 정도이니 수입농산물의 상당부분이
GMO인 셈이다.

GMO 안전성 여부는 우리에 앞서 이미 식생활의 주요한 방편이 되고 있
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뜨거운 논쟁거리다. 환경론자들은 "인간의 면역
체계를 서서히 파괴하는 농산물 생산을 철저히 감시하고 소비자에게 알려
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실론자들은 "과학의 힘으로 인류가 직면한
식량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반박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인천항으로 통관된 유전자변형 콩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들과 보건당국이 한 차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수입한 콩은
이미 두부, 간장, 식용유, 메주 등의 제조용으로 각 업체에 분배돼 이를
원료로 한 제품들이 시중에서 팔리는 중이다.

과연 GMO는 '신의 선물'인가, '식탁의 재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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