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은 서해 남북함정 교전사건과 관
련한 북한당국의 최초의 공식 반응이다.
이 성명은 남북 차관급 회담이나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남측 인원들의 평양방문과 접촉 제한 또는 중지" 조치를 선언하는 등 비
교적 온건한 편이다. 이는 북한이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를 전면 단절시키
지는 않겠다는 의사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
마저 끊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성명은 그나마 남한 인사의 평양 방문 금지
에 대해 '당분간'이라는 단서도 달고 있다.
성명 내용중 "북남 사이에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당국 사이
의 대화가 눈앞에 박두하고 있는 때에…" 등으로 상당부분 '대화' '화해-협
력'에 무게를 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남북한간 군사적 충돌사건
과 관련한 성명 주체가 군부가 아닌 노동당의 외곽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
회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 함정의 북한 경비정에 대한 밀어내기 작전
후, 11일 '화력 타격' 위협 성명을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명의로 낸 것과
비교된다. 조평통은 대남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기구로 각종 남북회담이나
접촉을 기획-집행해 왔다. 위원장은 지난 91년 5월 허담(허담) 사망이후 공
석이며, 노동당 대남비서 김용순(김용순)이 부위원장으로 사실상 위원장 역
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평양에는 윤종용(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대북사업
단 16명이 체류하고 있으며, (주)태창 오병권 부장 등 6명이 금강산 생수개
발 협력사업 협의차 평양과 금강산 등에 머물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16일
현재 방북 승인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으로 볼때 북한이 이번 사건을 군사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일단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으로 북한당국의 '보복' 가능성이 사라
졌다고 판단하기는 무리다. 과거 고위층 출신 귀순자 망명 등과 관련해 조
평통이 이같은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으며, 성명 직후 중국이나 국내에서
이와 연관됐다고 짐작되는 피살-납치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북한 당국
이 군사적 대응을 포기했다고 낙관하기도 이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군
이라는 점과, 성명에서 "인민군대는 천백배로 보복할 멸적의 기세로 가슴
불태우고 있다" "인민군대는 멸적의 방아쇠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고 경
고하고 있는 것을 단순한 수사로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