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해 연평도 당섬부두. 날이 밝자마자 비를 맞으며
선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오늘 하루 죽을 각오로 잡아야죠. 지금 한철 벌어 1년을 먹
고 사는데…. 비고 뭐고 마음이 급합니다."(서이동·38·원양호).
전날 교전에도 불구하고 이날 조업은 이른 아침부터 정상적으
로 시작됐다. 오전 6시가 되자 선원들은 대연평도에 정박해 있는
30여척의 배에 올라 그물을 추리며 출어준비를 서둘렀다.
꽃게가 몰려있다는 어망부표 1∼4, 17∼21번 구간까지는 30분∼
1시간 정도의 거리. 선원들은 전날 밤 서해 바다에 내렸던 폭풍
주의보가 다행히 해제되기는 했지만 모처럼 맞은 조업기회에 궂
은비가 마냥 원망스러운 표정들이었다.
"이제 배타는 기간도 한 사리(보름)밖에 남지 않았어요.".
도시에서 전기배관공으로 일하다 IMF 이후 배를 타기 시작했
다는 박상용(38)씨는 "꽃게는 해류가 세야 많이 걸린다"며 "그게
하필이면 북한 경비정이 넘어오기 시작한 지난주부터였다"며 한
숨을 지었다.
함께 출발한 2척의 어업지도선과 1척의 해경 경비선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돌발사태에 대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
다. 백춘근(37) 항해사는 "군과 해경으로부터 비상상황이니만큼
어선들의 조업제한선 준수여부를 특별히 감독하라는 지시를 받았
다"고 말했다.
잡은 게를 부두에 내려놓기 위해 가끔씩 연평도로 되돌아온
선원들은 "그물을 제때에 걷지 못해 게의 상당수가 죽었다"며
"죽은 게는 산 게의 절반 값도 못 받는다"며 울상이었다.
하지만 긴장 속의 꽃게잡이는 오후 1시40분쯤 폭풍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아쉽게도 오후 3시쯤 끝나 버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