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모든 이름들'(송
필환옮김·문학세계사)이 나왔다.
이 소설은 사라마구가 지난 97년 발표한 최신작으로, 호적 등기소
말단 직원이 호기심 때문에 타인들의 기록을 불법으로 들춰보면서 벌어
지는 사건을 추리적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모든 이름들' 한국어판
은 지난해 노벨상 발표 직후 국내 서점에 쏟아져 나온 영어 중역본들과
는 달리 포르투갈 원서를 직접 옮긴 것.
우선 '모든 이름들'은 그 제목을 배반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50대
등기소 직원 '주제' 이외 모든 등장 인물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소장,
노부인,젊은 여자, 양치기 등으로 불릴 뿐이다. 도시와 거리 이름도 전
혀 나오지 않는다. 소설 서문 '너에게 붙여진 이름은 알아도, 네가 가
진 이름은 알지 못한다'에 숨어있는 작가 사라마구의 생각은, 모든 이
름의 무의미를 지적한다.
이 소설은 주제가 위법인 줄 알면서도 업무 이외 타인들의 기록을 몰
래 열람하면서 시작한다. 그가 어느날 평범한 미지의 여자에 대한 기록
을 훑어나가면서 이야기의 실타래가 풀린다. 여자의 기록을 본 뒤 호기
심의 미로에 빠져든 주제는 자신과 똑같이 사회적으로 무명씨인 여자의
사생활을 추적한다. 추리적 조립을 통해 서서히 여자의 일생과 비극적
최후가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이 소설은 현대의 관리 체제에서 벌어지
는 개인성 파괴와 소통 단절, 소외의 끔찍함을 드러낸다.
역자 송필환 교수(외대)는 "사라마구는 '모든 이름들'의 무의미함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삶과 죽음마저도 그 경계가 없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한 사람을 직접 찾아나서기 전까지는, 그 이
름만으로는 그가 살아있을지라도 세상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비
록 죽은 사람일지라도 우리가 살아 있다고 믿고 있으면 또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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