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신한경영연구소 고문).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독일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는 결혼한 뒤에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가끔 그 친구와 밖에서
만난뒤 그의 집에 같이 갔었다. 그때마다 놀랐던 것이 그 친구가 집에 들
어가면 자기 아내나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꼭 먼저 부모님 방에 가서 "다
녀왔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이었다. 외국여행에서 돌아오면 자기 부모
앞에 큰 절을 올리면서 인사하는 것도 봤다. 옆에서 이렇게 예절을 지키
는 것을 보면서 참 부러워했다.

옛날에는 독일에도 부모와 자식간에 이런 '에티켓'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한국에서 아직까지도 가족간에 예절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큰
문화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예절은 형식뿐이지만, 그 형식
을 통해 부모와 자식이 각자 자신의 위치, 부모는 부모 책임, 자식은 아
들이나 딸의 도리를 확인하는 순간들이 된다. 인간관계를 더욱 진지하고
깊은 관계로 만들 수 있는 에티켓이다.

'글로벌 에티켓'은 가족에서부터 시작해야 자연스럽게 사회로 확산된
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친구도 자기 집에서만 예의를 갖추는 것이 아
니었다. 사회에서도 신사답게 행동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그 친구의
딸도 인사성이 너무나 밝고, 만날 때마다 참 반가운 아이다. 부부간 예의,
부모와 자식간 예의. 가장 한국적인 전통은 가장 못잊는 '글로벌 에티켓'
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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