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주말 텔레비젼 프로그램 안내표를 들여다보니 남희석과 이휘
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둘이나 된다.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
남'과 KBS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같은 사람의 이름을 달고
두프로그램, 그것도 같은 주말 두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보면
둘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가 보다. 특히 남희석은 일요일 아침 SBS '좋
은 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나오던데, 이 정도면 거의 '싹쓸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싹쓸이' 경향은 한국 대중문화의 속성같다. 대중적 인기라는 것
이 참 종잡기 힘든 것이어서 누가 왜 언제 어떻게 떴다가 지는지 설명하
기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 한 번 뜨면 두어달 동안 마치 토네이도처럼
휩쓸고 지나간다. 방송 신문 잡지 광고 기타 등등. 하기는 대중문화만
그런 게 아니다. 화투판에서 비롯된 '싹쓸이'란 말은 정치와 군사 영역
을 거쳐 한국사회전영역으로 확산된 역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면 그건 어쩌면 한국인들의 독특한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두서없는 생각을 하며 일요일 저녁5시50분 KBS 2TV '남희
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를 보았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라
는 노래는 진리에 가깝다. 한국을 보려면 한국에서 나가야 한다. 프로그
램은 여러 관점에서 한국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각지에 나가있는 소위 VJ
들을 활용한다. 문화상대론적 인류학 방법을 오락 방송에 접목시켜 한국
문화가 다양한 세계 문화에 비해 어떤 보편성과 특수성을 지녔는지 보여
준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다. 많은 사람이 일요일 저녁에 편안하고 재미있게
보아야 하는 오락프로그램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
게 본다는 게 중요하다. 매우 미흡한 수준이나마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
이 세상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걸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해주기 때문
이다.

이번주 주제는 시장이었다. 독일 말리 뉴질랜드 폴란드 일본 시장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사고 파는지 보여줬다. 그리고 남희석이 남대문
시장에 나가서 1만원으로 어떤 소비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물건이
나 흥정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 어디에나 사람이 모이는 곳엔 시장
이 있고, 시장은 흥정과 경쟁을 통해 삶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싹쓸이'는 시장의 적이다. 남희석 잘못은 아니겠지만.

(소설가-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