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차관급 회담 개최로 '대화있는 시대'로 진입하게 됐다. 상
호 불신과 반목의 관계에서 실사구시적 화해-협력관계로 발전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정부는 평가했다. 회담 진행상황에 따라선 냉전구조 해체
를 위한 '포괄적 접근구상'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
다.
◆차관급 회담은 정기적으로 개최
이번 회담은 작년 4월 회담때와 달리, 남북 양측이 비공개 접촉을 통
해 이산가족 문제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교환을 거쳤기 때문에 보다 실
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1회성으로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 정례화된 대화채널을 마련했다.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이번 회담을 고위급 회담(장관-총리급)으로 발
전시키고 기본합의서 이행체제 정상화를 위한 분야별 공동위원회가 가동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북한이 지난 2월 제의한 '하반기 고위급 정치회담'과도
연계돼 있다. 당시 북한은 의제로 기본합의서 이행, 이산가족 문제, 교
류협력 활성화 등 상호 관심사를 제시했었다. 문제는 북한이 고위급 정
치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국가보안법 철폐, 외세공조 파기, 통일애
국인사 활동보장 등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여부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시범적 상봉부터 논의
임 장관은 "차관급 당국회담이 열리면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가 중점
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한은 비공개 접촉에서 시범적으로
일정규모의 이산가족에 대해 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 심도있
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봉 장소로는 북측이 꺼리는 판문점보다,
북한내 신의주 남양 등 변경지역이나 금강산 등이 될 가능성이 많다.
북측은 당장 '상봉'을 정례화하는 것에는 반대하겠지만, 소규모 인원
에 대해 1회성으로 만나게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 당
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사확인 대상자 명단교환 ▲이산
가족 고향방문단 교환 ▲이산가족 편의소 설치 등의 시범적 조치도 함께
논의된다. 한 당국자는 "북측이 우리의 비료지원에 대해 '최대한 성의'
를 보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차관급 회담에선 이산가족 문제의 본격적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도
협의하게 된다.
◆비료는 무조건 먼저 제공
우리측이 약속한 지원 규모는 20만t(수송비 포함 600억원 상당)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부담한다. 정부는 복합비료(수송비 포함 1t·32만∼34
만원)와 유안비료(1t·16만∼17만원)를 섞어서 보낼 계획이다. 대한적십
자사가 정부(5만t·162억원)와 경제계 종교계 등 민간모금을 통해 지원
하려는 비료의규모는 10만t이다. 북한이 당초 비공개 접촉에서 요구했던
비료량 30만t과 맞먹는다.
우리측은 오는 20일까지 비료 10만t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한적은
이번 접촉 타결이 임박해지자 2일부터 비료지원 방법-절차 등에 대해 협
의를 시작했다. 당장 정부지원의 비료를 생산-운반할 수 없기 때문에 우
선 한적이 지원하려고 준비해온 유안비료 1만5000t을 정부지원으로 돌려
지원할 방침이다.
비료수송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1항차에 5000t 정도씩 수송해
왔다는 점에서 보름 남짓한 기간동안 최대 20항차를 왕복해야 한다. 거
의 매일 비료를 실은 배가 남북을 오가게 된다.
◆북이 회담 끌땐 속수무책
이번 비공개 접촉은 결과적으로 비료 20만t을 주고, ▲차관급 회담 정
례화 ▲이산가족 문제 논의를 얻어냈을 뿐이다. 이산가족 문제해결과 관
련해 구체적 조치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호주의'를 사실상 포
기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당국간 대화채널 확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북
한이 회담을 질질 끌기만 하고 '실질적인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사
실상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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