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현정부 들어 가장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5·24 전면 개각후 두번째 국무회의였다. 김대중대
통령의 표정은 시종 무거웠고, 국무위원석을 감도는 분위기도 짓누르
는 듯 침통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국무회의가 시작되기 전 대기실에 김태정 법무장관이 나타났다.그
는 김종필 국무총리 등 앉아있던 국무위원들에게 "마치 못 올 자리에
온 것 같다"면서 송구스러움을 표했다. 그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검
은 것같았다"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그러나 누구도 농담이나 덕담으
로 분위기를 풀 수 없었다고 한다.

회의가 시작돼도 활발한 토론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상정된 안건
이 그대로 통과되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김 총리는 의료보험 문
제 등 실무적인 당부만 했다. 회의가 끝날 때쯤 김 대통령이 "한마디
하겠다"고 말했을 때였다. 회의장 밖에 있던 TV 카메라맨들이 이 소
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김 대통령이 "나가달라"고 화를
냈다.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김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 부인들의 옷 사건은 국민적 분노를
야기시킨 문제로,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정
부와 각료, 공무원 그리고 가족들의 몸가짐에 획기적인 조치를 함으
로써 전화위복으로 만들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많은 공무원 가족들에게 큰 경종을 울렸고 더 큰 불행
을 미연에 방지하는 경고가 됐고, 돼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모두들 납덩어리를 가슴에 안고 회의장을 뜨는 것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