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첫 새벽은 냉전을 알리는 예후들로 차갑게 시작됐다.

소련과 중국, 두 거대 공산국가는 이 해 2월 15일 '중소 동맹' 결
성을 발표, 세계를 향해 공산주의 연합 전선의 탄생을 선언했다. 상
호방위 조약까지 구비한, 공식적 동맹관계였다. 이보다 6일 전, 미국
에선 맥카시 상원의원이 "공산주의자를 색출해내야 한다"면서 이후
미국 전역을 휩쓴 '빨갱이 사냥'을 선포했다. 넉달 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 전쟁이 일어났다. 국제연합 창설 후 첫 UN군이
파병되고, 자유진영과 공산 진영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세계사의 현장
이 된다.

50년대를 지배한 것은 바로 냉전이었다. 동유럽 공산화에 이어 1959

년 쿠바 혁명으로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자

유 진영과 날카로운 긴장 상태로 대치했다. 냉전 상황은 군비 경쟁을

필연으로 불러왔고 인류는 핵 시대를 살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과학분야 경쟁은 인류의 달 착륙을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내는 결실

을 맺기도 한다. 소련의 스푸트닉 2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은

1959년 미항공우주국(NASA)를 창설했다.

50년대는 인류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사상 최악의 대량 살상, 인종 차별 학
살의 악몽에서 깨어난 인류는 대중 소비 사회를 향한 본격적인 발걸
음을 내디뎠다.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된 베이비 붐은 인구 폭발
을 불러왔고, 경기 활성화로 직장이 많아지면서 남편은 취업, 아내는
많은 자녀를 낳아 기르는 '주부'로서 성별 분업이 심화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좀더 넓은 집과 살기 편한 환경을 찾으면서 교외
개발이 붐을 이뤘고, 근교 주택은 새로운 일상 풍경이 됐다. 도심의
직장과 교외 주택을 잇는 것은 자동차의 물결이었다. 반짝이는 자동
차와 뒷자리를 가득채운 아이들, 이것이 50년대 자본주의가 빚어낸
풍요의 초상이었다.

그런점에서 50년대는 진정한 대중 사회의 출발점이요, 그만큼 세
계사에서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텔
레비전의 보급은 '풍요한 소비' 모델을 안방에 대고 직접 전파했다.

반짝이는 자동차, 속을 꽉꽉 채운 냉장고는 대중적인 풍요의 상징
으로 신화화했다. 1955년 대중을 위한 오락의 성 '디즈니랜드'가 캘
리포니아에서 문을 열었고, 자기만의 성을 갖지 못했던 대중들은 자
본이 만들어 소비하라고 내어준 가짜 성에서 짧으면 하루, 길면 사나
흘의 휴가를 보냈다.

소비할 수 있는 대중을 위해 자본은 줄곳 상품을 공급해댔다. 1959
년 처음 등장한 영국 항공(B.O.A.C) 대서양 횡단 젯트 여객기는 '젯
트 시대' 개막을 찬연하게 알렸다. 첫 '미 공군 1호기(에어포스 원·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한 것은 아이젠하워. 18일 동안 11개 나라를
순방하는 대 기록은 젯트기 덕분에 가능했고 최고 권력자의 해외 순
방 외교를 활성화 시킴으로써,전통적 외교 관행마저 바꾸어버린다.젯
트기 덕분에 부자들은 주말 해외 쇼핑이 가능해졌고 일반인들도 먼
휴양지섬에서 일주일 휴가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된다.

대중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이었다. 19세기적 엄숙주의
와 양차 대전의 긴장 속 억압되어있던 섹스가 50년대에 와서 드디어
분출구를 찾는다. 지난 년간의 킨제이 보고서에 이어, 여자 누드 사
진을 주 상품으로한 '플레이보이' 창간(1953년), 배우 마릴린 먼로와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로 대표되는 대중 스타는 그 자신이 바로 섹
스를 파는 미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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