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여성 소설을 놓고 여성 비평가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일제히 나온 문학 계간지 여름호들이 90년대 여성 작가
들을 조명하는 여성 비평가들의 작가론을 나란히 실었다. 쟁점
대상이 된 작가들은 여성 소설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연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씨. 문학적으로 평가받으면서 고정 독자도 각각
확보한 90년대의 행복한 작가들이다. 긍정적 시선 못지않게 유
명세에 따른 비판의 화살도 날아온다.

시인-평론가 김정란씨는 계간 '동서문학'에 '90년대 문학의
가능성'을 통해 이른바 '스타 작가들의 부실한 문학'을 거론한
뒤 신경숙 소설을 '유아적이고 감상적'이라고 비판했다.

"내면문학의 동의어처럼 여겨지는 신경숙의 문학은 내면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이다. 그녀의 자아는 아직 공동체로부터 유리
되지 못한 전근대적 자아다. 그녀는 자아 구축의 터널 입구에도
와 있지 않다.".

하지만 평론가 황도경씨는 '기억의 형식과 욕망의 언어'('한
국문학')에서 신경숙씨를 가리켜 '거대 이념의 붕괴와 사소한
것들의 부상으로 특징지어지는 1990년대 문학을 가장 상징적으
로 대변하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언어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다양한 실험은 형식미학에 대한
본격적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가
하는 것이 곧 무엇을 말하는가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극히 당
연한 명제를 환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중략) 신경숙에
게 있어 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주제다. 드러난 것과 이면에 가
린 것 사이의 거리감, 갈등, 안타까움은 그대로 언어화된다.".

평론가 신수정씨는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분석한
'글쓰기 욕망의 음화'('문학과 사회')를 통해 "이 소설에는 어
떤식으로든 80년대의 물리적 폭력과 그에 대항하는 노동 운동의
잔영이 드리워져 있으며 상처 공유를 통한 타인과의 유대의 가
능성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론가 고미숙씨는 계간 '세계의 문학'에 '여성성과 멜로,그
은밀한 접속?'을 발표, 90년대 여성 소설에 대해 '모두 멜로적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경숙의 여
성성 역시 슬픔의 과장된 포즈, 그리고 고통의 기억을 통한 자
기 연민의 미학이라는 멜로의 틀을 변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
판했다. 그는 또 60∼70년대 도시 하층 여성의 고단한 인생유전
을 그린 공지영씨의 소설 '봉순이언니'를 가리켜 '신파조의 휴
머니즘'이라고 혹평했다.

"그 불행한 시대의 팔자 센 여성의 모습은 그래도 지금은 살
만하다고 역설하는 멜로적 흐름과 긴밀하게 접속한다. 회고조가
주는 가장 일차적인 기능, 자기 연민의 미학!".

그런데 평론가 이상경씨는 '시대의 부채 의식과 여성적 자의
식에서 출발한 1990년대 여성소설'('실천문학')에서 '봉순이언
니'를 호평했다.

"서구 제국과는 역사적 경험을 달리하는 우리나라 근대화 과
정에서 여성이 겪는 억압과 여성이 가지는 고민의 양상은 서구
여성의 경험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중략) 공지영은 어린 시절
자기 집의 식모였던 봉순이 언니의 신산한 삶을 여자로서 이땅
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재발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은희경씨의 창작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도
비판의 사정 거리에 있다. "단편 '멍'에는 술주정뱅이를 삶의
문턱을 넘은 인간으로 여기며 마지막까지 헌신적으로 돌보는 아
내가, 그리고 '인 마이 라이프'에는 유부녀와 총각이라는 금기
를 넘지 못해 하는 비련의 주인공이 등장한다.이
런 식의 비극적 멜로는 너무나 진부한 사례들 아닌가."(평론가
고미숙씨).

그런가하면 긍정적 평가도 있다. "여성 인물들이 유독 타자
와 소통을 갈망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타인과의 관계성
속에서 자신의 정체감을 규정해 온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은
희경은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뛰어난 솜씨
를 발휘하는 작가이다.(중략) 그러한 작가의 인식은 낭만적 사
랑과 연애 결혼이라는 이상의 뒷면에서 이기적인 소유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론가
이선옥씨 '사랑의 서사, 전복인가 퇴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