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점심시간 서울 Y중학교 본관. 2층 교직원 식당으로 향
하는 계단에 청색 교복차림의 '결식' 학생 2∼3명이 주위를 힐끗거
리며 서 있다. 모든 학생들이 식사를 반쯤 마쳤을 오후 12시40분이
지만 이들은 아직 식사를 못했다.
"얘들아 빨리 올라가서 밥먹어." 보다 못해 지나가던 선생님이
한마디 했지만 학생들은 함께 식사할 친구들이 더 모이기를 기다리
고 있다. "아무래도 여럿이 모이면 덜 쑥스러울테죠."(김모 교감)
일부 학생들은 교사와 마주치는 걸 꺼려 일부러 점심시간이 다 끝
날 무렵인 1시 10분쯤에야 식사를 한다고 김 교감은 말했다.
올해 전국 초-중-고등학생 중 결식학생으로 파악돼 점심지원을
받는 학생은 15만1000여명으로 IMF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작
년 한해 동안 국고 23억원을 포함, 민간 및 사회 각계에서 결식 학
생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총 321억원. 올해는 국고지원분만 기존에
편성된 80억원 외에 121억원의 추경예산이 더 편성될 정도로 결식
학생이 늘어났다(교육부 학교보건환경과).
많은 시민단체와 기업이 발벗고 나섰지만, 결식학생 돕기의 그
늘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들의 상처받은 자존심이 있다.
서울 S중에서 결식학생으로 파악됐던 학생수는 20∼30명선. 그
런데 작년9월 외부업체에 위탁해 단체급식을 실시하자 갑자기 71명
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당장 급식비를 내야 할 형편이 되자
그동안 창피해서 점심 굶는다는 걸 숨겨왔던 학생들이 할 수 없이
사실을 얘기한 거죠."(조문숙 서부교육청 보건서기).
"아이들 중에는 한 두달 후 찾아와 '아빠가 다시 취직했다'며
더 이상의 지원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서울 난곡초등 문현
석 교감).
그래서 일부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 위해 상
담 대신 동사무소에 실태 파악을 부탁하거나, 일주일간 점심시간을
잘 관찰해 끼니 굶는 학생을 파악하기도 한다.
교육개발원 박효정 연구원은 "결식아동 급식의 부작용을 줄이
는 최선의 방법은 학교급식의 전면 실시를 앞당기는 것"이라며 "그
렇지 못할 경우 식당이용 대신 해당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정성이담
긴 도시락을 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