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기 혼인제와 성차별'의 저자 장병인(충남대 한국사)교수가 역
사 교양서 '조선의 성풍속'을 쓴 정성희(당시 정신문화연구원 연구원)씨
에게 지난달 말쯤 항의 전화를 걸었다. 요지는 '왜 책을 베끼는가' '베
끼려면 똑바로 베끼라'는 것이었다.

정씨는 장 교수에게 "인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서를 쓰면서 일일
이 각주를 달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책 뒤쪽 참고문헌에 교수님의 책
을 기재한 것으로 모자랐다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조선
전기를 다룬 장 교수의 책과, 성리학 도입 이후 조선 중-후기를 다룬 내
책의 논지는다를 수밖에 없다"며 왜곡 주장에 대해 사과를 거절했다.

장 교수는 이후 계간지 '역사비평'에 글을 보냈고, 이 글이 최근 나
온 '역사비평' 여름호에 '대중 역사서에 나타난 표절과 왜곡'이란 제목
으로 실렸다. 장 교수는 정씨의 책 제4장 '성범죄'와 자신의 책 내용을
밑줄 쳐가며 비교 분석한 뒤 "번거로움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남의 연구
성과를 전거도 밝히지 않고 표절하거나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피해
야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쉬운 역사책'을 표방하는 교양 서적들이 서울시내 서점마다
20∼30종 나와 있다. 교보문고 인문과학 코너의 오범열(26)씨는 "이런
책들이 한 달이면 200∼300권 정도 팔릴 정도로 스테디셀러 대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이런 책들이 관련 학술 서적을 짜깁기하는 경우가
많고, 내용도 부실해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제목만 근사하게 뽑아놓고 정작 내용은 제목과 별 관계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40∼50년 전 연구 성과를 그대로 실어 일반인들이 읽을
경우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의 성풍속' 논란에 앞서 이달 초 발간된 출판 저널 257호는 '마
을로간 미륵'의 저자 주강현씨가 제기한 표절 문제를 다뤘다. 주강현씨
는 이때 출판저널 인터뷰에서 "대중적 글쓰기와 저작권 침해는 다른 문
제"라며 "무단 표절, 무단 전재가 극심한 글쓰기 동네에 자괴감을 느끼
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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