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이 마침내 [전범] 리스트에
올랐다. 구 유고 국제전범재판소(ICTY)는 밀로셰비치를
코소보에서의 만행과 관련,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고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밀로셰비치에 대한
체포 영장이 이미 발부됐다고 전했다. 현직 국가원수가 국제
전범으로 기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CTY의 루이즈 아버 수석검사실은 2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전범재판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아버 검사팀은
조사단의 코소보 입국 거부 등 유고 당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을 코소보 내의 전범 행위에 대해 조사해왔다.
수석검사실 대변인인 폴 리슬리는 "코소보에서 전쟁범죄가
대량으로 자행됐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코소보 사태 발생 이후 인접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로 쫓겨난
코소보 알바니아계 난민들은 세르비아계가 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증언해왔으며, 국제 인권단체들은 ICTY에
밀로셰비치를 비롯한 유고 지도자들을 전범으로 기소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번 밀로셰비치 기소가 앞으로 코소보 사태에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나,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눠진다.
일부 서방 외교관들은 "궁지에 몰린 밀로셰비치가 이제 나토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코소보
평화협상에서 밀로셰비치에 대한 사면조치를 하나의
[협상카드]로 내밀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 브뤼셀의 한
서방외교관은 "밀로셰비치는 기소만 되고 재판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의 전범 기소는 밀로셰비치 측근들이
그와 거리를 두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압력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오히려 외교적 노력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밀로셰비치를
전범으로 몰려는 기도는, 발칸반도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수포로 만들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중재에 나섰던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도 "평화협상을 꼬이게
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토측도 당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됐다. 밀로셰비치가 제발로
전범재판소에 나타날 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나토측
협상자들이 전범 용의자와 협상을 해야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이제 나토는 밀로셰비치와 협상을 할 수
없게 됐다"고까지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지난 95년 보스니아
내전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특사가 전범
용의자인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와 군
총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와 협상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이같은 점을 고려한 때문인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전범재판소를 지지해왔다"면서 "재판소가
증거를 찾아내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반응만 보였다.
유고측 반발은 물론 거세다. 유엔주재 유고대사인 블라디슬라프
이바노비치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CTY는 나토
침략자들과 공범이 됐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