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잔혹하게 학대당하는 어린이들이 집으로 돌려보내지고 있다.

지난 4일 새벽 서울 강남경찰서. 아들(8)을 무지막지하게 때리다 주민
신고로 경찰에 잡혀온 H(38·무직)씨가 조사를 받았다. H씨는 "아들이 말
을 안들어 때렸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들의 코뼈까지 부러뜨렸지만 "그래도 아빠가 술에 안 취하면
밥도 해주고 괜찮다"는 아들의 말 한마디에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피학대 어린이가 "부모와 살겠다"고 하면, 법원의 처분 전까지 부모와
격리하지 못하는 게 현행 '가정폭력 방지법' 규정이기 때문이다.

인천에 사는 B(13)양은, 아버지한테 머리가 터지고 허벅지에 멍이 들
도록 맞다 98년 인근 파출소를 찾아갔다. 경찰은 B양 아버지에게서 '때리
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B양을 돌려보냈다.

B양은 98년 7월 아동학대예방협회에 찾아가 "생모 집이나 고아원에 가
고 싶다"고 호소했으나, 양육권을 가진 아버지는 이를 거부했고, B양은
지금 아버지, 계모와 함께 살고 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격리' 또는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
치를 받아 어린이를 학대 부모로부터 격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 경찰
관들 대부분이 이런 규정이 있는지조차 몰라 112로 신고되는 아동학대 사
건이 대부분 파출소에서 '입건 유예'로 유야무야되고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군포에서는 친아버지와 계모가 2남매중 여아는 구
타한 뒤 굶겨죽여 집 마당에 파묻고, 남아는 초주검이 되도록 때렸다가
구속됐다. 이들 부부의 자식 학대는 97년 12월 경찰에 신고됐으나, 아이
들은 경찰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경찰은 "가정문제는 개입할 수
없다"며 돌아가버렸다.

한국이웃사랑회 이호균 부장은 "부모에게 매를 맞아 팔다리가 부러진
어린이에게 '누구와 살래'라고 묻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이라며 "부모에
게 학대당하는 어린이가 50만명에 이르지만 '어린이 학대 신고'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학대 아동의 거취를 어린이나 부모의 의사, 비전문적인 경찰에 맡기
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정부 복지담당 기구와 사회단체에 위임하고 있다.

미국은 교사, 의사 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정했고, 신고받은 정
부의 아동보호 담당자는 48시간 안에 가해-피해자를 철저히 조사해 보고
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사에 착수하는 즉시 피해 어린이를 부모와
격리 수용하고, 가해부모에 대해 교육권, 친권 박탈 등의 조치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한국 아동학대 예방협회 이광무 사무국장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아
동복지법 개정 법률안이 지난 1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심의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