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이런데도 있었네
안중국 지음
조선일보사·9500원.

터키 카파도키아 괴레메에는 화산과 석회암으로 이뤄진 이상한 풍광
이 있다. 집들은, 심지어 호텔마저 바위에 뚫린 동굴에 있다. 한 호텔에
있는 방명록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가 대학 1년을 다니는 동
안 배웠던 모든 지식을 그 순간 한꺼번에 가슴으로 배웠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잘한 여행 한번은
4년제 대학 한학기보다 낫다"고. 월간 '산' 현직기자가 쓴 '이땅에 이런
데도 있었네(조선일보사)'는 그런 의미에서 4년제 대학 한학기를 손안에
서 맛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5년간 월간 산에 연재했던 한반도 남
쪽땅의 이색지대를 모아 낸 여행안내서다.

사람들 발길이 드문, '눈과 귀를 놀라게 할 이색지대'들은 저자 말대
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그저 좁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
끼게 해준다. 한순간 산 전체가 시뻘겋게 물들어버리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 들판 가득한 거석들이 종소리를 내는 만어산 너덜, 일제와 미국이
맺은 협정이 유효하다는 대한민국 법해석에 따라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지리산 외국인 별장촌…. 이들 장소로 발길을 옮기면 백번 설명하고 백
번책을 읽어도 까마득한 이 땅의 진면모를 읽을 수 있다.

여행에 관해 흔히 하는 다른 금언이 바로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이
색지대'들도 이색지대라는 사전지식 없이는 흔해빠진 야산과 또랑에 불
과하다.

이 책에는 그 이색지대들의 연원을 손바닥처럼 소상하게 보여준다는
게 다른 점이다. 물론 교과서처럼 딱딱한 문장이 아니라 신문사 신춘문
예당 선자요 레저전문잡지 기자생활 16년이 갈고 닦아놓은 감칠 맛 나는
매끄러움으로 포장돼 있다.

사진의 미추가 '앵글'에서 결정되듯, 저자는 똑같은 장소도 때와 보
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악산 울산바위 설경을 보
려면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올라라. 남쪽은 햇살에 눈이 없지만 북쪽
은 초여름까지 눈이다" 식이다. 어디론가 떠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배낭에 넣고 함께 떠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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