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수(23)는 둥지를 막 벗어난 작은 새. 핸드볼 국가대표 4년
차지만 주전 GK 를 맡기는 처음이다. 수줍음 잘 타는 정읍처녀의
어깨엔 무거운 짐이 걸려 있다. 88서울올림픽과 92바르셀로나올림
픽 2연패, 95세계선수권 제패로 한국 여자핸드볼은 '영원한 우승
후보'. 축구에서는 브라질이라면 여자핸드볼에선 한국이다. 96애
틀랜타서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을 시드니에서 풀어야 한다.
태극전사들이 유럽 장신숲을 헤치고 정상에 설 때마다 한국 골
문엔 늘 단단한 빗장이 걸려 있었다. 88년 송지현, 92년 문향자,
96년 오영란. 이들 월드베스트 '거미손'들은 대포알 슈팅을 온 몸
으로 막아 한국이 자랑하는 번개속공에 시동을 걸었다.
이남수는 그 대를 잇기에 충분한 자질을 지녔다. 장신은 아니
지만(1m74, 65㎏) 고무공 같은 탄력, 뛰어난 반사신경, 1대1 승부
에 능한 강심장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러시아가 예측불허로 날리
는 중거리 슈팅을 조금도 두렵지 않게 만든다. 다만 경험부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곱상한 얼굴이지만 유난히 강렬한 눈빛엔 그녀가 겪은 녹록치
않은 시련이 담겨 있다. 정읍여고 졸업후 동성제약, 가스공사 등
해체되는 팀만 골라다녔다. 대표팀에서도 늘 선배의 그늘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99년은 이런 이남수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
었다. 제일화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뒤늦게 대학생(서울시
립산업대)도 됐다. 88올림픽GK 송지현을 키웠던 고병훈 감독이 복
귀한 것도 그녀에겐 행운. 훈련이 끝나면 고 감독과 함께 서울올
림픽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수없이 반복해 본다.
시드니까지 남은 시간은 1년3개월. 그녀가 8월 서울컵 국제대
회, 12월 노르웨이 세계선수권 등 앞에 놓인 고개를 넘어 세계정
상으로 비상할 때 한국여자핸드볼 신화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