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코미디에 주력하던 신승수 감독이 오랜만에 정색하는
드라마로 돌아왔다. '얼굴'(29일 개봉)은 고른 호흡으로 갈등을
점증시키다 꽤 충격적인 결말을 터뜨린다.
고지식한 김순경(조재현)이 시골 면소재지 지서로 부임해온다.
마을사람들은 하나같이 외지인들에 배타적이다. 그는 자살로 처리
된 처녀살해사건을 새로 수사하면서 마을 건달(임하룡)에게 번번
이 저지당한다. 김순경은 마을을 지배하는 권력 실체에 부딪치고
서 무력감에 빠진다.
'얼굴'은 사회성 짙은 드라마다. 불합리한 지배구조 앞에 무기
력한 개인, 떠돌이 이방인의 소외를 말한다. 김순경은 말단 경찰
처지로는 어떻게 대처해볼 방법을 찾지 못하다 '폭력에 맞서는 폭
력'으로 자포자기식 돌파구를 찾는다. '더티 하리'를 연상시키는
모티브이지만, 거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철저히 절제하면서 파국
까지 관객을 잘 끌고간다.
조재현은 김순경 역을 차분하게 소화해내 상당한 잠재력을 지
닌 배우임을 새삼 실감시킨다. 성격배우를 꿈꾸는 코미디언 임하
룡은 파렴치한 악당을 호연해 관객에게 증오를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기존 이미지가 너무 강해 영화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영진공 융자 지원작 '얼굴'은 허리띠를 졸라 매며 제작한 흔적
이 너무 뚜렷이 드러난다. 캐스팅에도 돈을 제대로 들이지 못해
지서장역 국정환을 제외하곤 조연과 엑스트라들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다.배우들이 책을 읽듯하는 대사들도 영화 몰입을 방해한다.
'얼굴'은 영진공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 '우순경'을 각색했다.
82년 봄 경남 의령군 토곡리 궁유면에서 일어났던 '우순경 총기난
동 사건'에서 착안했겠지만,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범곤
은 이 산골 마을을 돌며 뚜렷한 이유 없이 하룻밤새 양민 55명을
학살한 야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