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Cruel Intentions·29일 개봉)은 희한한
청춘영화다. 꿈과 낭만, 가족애 같은 건 없다. 청춘의 방황이나 고민
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섹스와 마약이 난무하고, 퇴폐적이고 부도덕
하다. 영화는 영악한 18세 고교생들의 섹스 게임으로 일관한다.
'사랑보다…'는 라클로의 18세기 소설 '위험한 관계'를 현대 뉴욕
으로 옮겼다. 원작과 그간 나온 영화들이 위선적 악마적인 심리 묘사
에 촛점을 둔 것과 달리, 10대 감성을 건드리는 데 주력한다.
캐스린(새러 미셸 겔러)과 세바스천(라이언 필립)은 맨해튼 최고급
빌라에 사는 의붓남매다. 지독한 바람둥이인 둘은 관계만 맺지않았다
뿐 거의 근친상간에 근접해있다. 캐스린은 자기 몸을 걸고 내기를 건
다. 혼전 순결을 서약한 교장 딸 아네트(리즈 위더스푼)를 세바스천이
유혹할 수 있느냐는 내기이다. 세바스천은 아네트에 접근하다 그만 사
랑에 빠져 버린다.
'사랑보다…'는 말초적 눈요기거리들로 잔뜩 치장했다. 남자 주인
공은 56년형 재구어 컨버터블을 몰고 다니고, 여주인공은 내내 최고급
패션을 걸치고 나온다. 호화 빌라와 대저택, 정원에서 사격과 승마를
즐기는 상류사회 오렌지족 모습들이 이어진다.
'사랑보다…'에는 아찔하도록 천한 재미가 있다. 한글 자막에는 그
리 반영되지 않았지만 직설적 외설적 대사들이 넘친다. 위트있는 블랙
코미디도 알맞게 배합했다. 결말 부분이 너무 작위적이지만 어쩌랴.어
차피 영화는 철저히 10대 취향을 겨냥하니.
새러 미셸 겔러와 라이언 필립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에 이어 공연하며 악마적 캐릭터를 연기했다. 리즈 위더스푼
은 '프리웨이' '플레전트빌'의 나쁜 소녀 이미지와는 거꾸로 청순가련
형을 뜻밖에 호연했다. 세 배우의 힘있는 연기는 황당한 소재를 있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하게 만든다. '사랑보다…'는 젊은 관객이 지배하
는 영화시장에서 면밀한 상업적 계산을 깔고 만든 '세기말 청춘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