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은 IMF를 겪으면서도 더욱 호황이다. IMF로 직장에 불안을 느
낀 대학생과 직장인이 마구 고시로 향하면서 관련 '고시 산업'은 갈수
록 성장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2동과 9동은 대표적 '고시 특구'.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고시촌인지 유흥가인지 아리송할 정도다. 신림9동에만
고시학원이 5곳, 고시원 255곳, 서점 16곳, 헌책방 5곳, 테이프제작과
복사집이 10곳 있지만 술집을 겸한 음식점은 각각 330개, 103개로 오히
려 많다. 한음식점 관계자는 "IMF로 인한 불황을 겪었다면 이렇게 술집
이 많겠느냐"고 말했다.

동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는 술집 외에도 만화방 30곳, 비디오

방 39곳, 당구장 70곳, 컴퓨터게임방 53곳 등 모두 600여개에 이른다.

서울대 정문에서 10여분 정도 거리 떨어진 길 양쪽에 술집-당구장-만화

방등이 거의 한 건물에 하나꼴이다.

19일 오후 이곳 만화방 북토피아. 60석 규모의 좌석 가운데 만화를
읽는 50명 중 대부분은 고시생이었다. 주인은 "장사가 잘 된다는 소리
에 많은 업체가 생겨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인근 당
구장의 당구대 8개도 30∼40명의 고시생으로 꽉 차 있었다.

이처럼 고시촌과 유흥가가 혼재하면서 주민들의 시선도 따갑다. "낮
까지 조용하다 밤이 되면 흥청거린다. 술에 취해 거리에 누운 고시생들
을 바라보며 그들이 판-검사나 고급공무원이 됐을 때를 생각하면 한심
하다"는 게 신림9동 파출소 관계자의 말이다. 김기엽(서울대 법대 2년)
씨는 "고시생들이 원스톱 서비스를 원해 공부하고 노는 시설이 한 곳에
밀집한 신림동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3만여명의 고시생들은 이곳에서 얼마를 쓸까. 신림9동 한 곳만을 표
본조사한 결과 1년간 고시와 관련된 지출비용은 2880억원 선으로 파악
됐다. 이는 평균 1인당 월 생활비 80만원×고시생 3만여명×12개월로
산출한 액수다.

고시생은 관할 신림동사무소측이 추산한 것이다. 고시생들을 상대
로 조사한 월 생활비 80만원에는 술값 등 유흥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선 월 평균 서적구입비가 대략 10만원선. 여기에 밥값 13만∼17만
원이 포함된다. 또 과목당 3시간 반씩 매일 강의하는 고시학원비가 13
만∼17만원, 고시원 월 숙박비가 23만원 든다. 여기에 독서실비 7만원
과 잡비(당구-비디오) 10만원을 합친 게 표본적인 고시생의 한 달 생활
비다. 이 돈이 고시촌, 고시학원, 출판사, 서점, 헌책방, 비디오제작소,
복사집, 음식점, PC게임방, 만화방 등 관련 10개 업체로 흘러가는 것이
다.

이곳 서점들은 고시에 관한 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아 법문사, 박
영사 등 출판사가 발행하는 200여종의 교과서와 문제집을 공급받는다.
송아서점 채수민 사장은 "월 평균 750∼1000명이 책을 구입한다"고 밝
혔다. 최근에는고시학원 유명 강사의 강의를 녹음해 판매하는 테이프가
인기인데, 헌법(수강료 7만2000원) 민법(24만원)의 경우, 각각 3만1천
원, 7만원짜리 강의테이프를 팔고 있다. 심지어 지방수험생을 위해 배
달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