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갑부이며, 정보통신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자 중
한사람인 빌 게이츠의 새 저서 '빌게이츠@생각의 속도(원제는 Business @
the Speed of Thought)'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에서 그는 디지털기술
을 기업경영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하는 주제를 이 분야의 비전문가
들도 쉽게 알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쉽고 흥미있게 정리하고
있다.
그는 지난 95년 펴낸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에서는 인류
가 미래를 향해 올라타야 할 길은 '정보고속도로'임을 강조했었다. 그
리고 이 정보고속도로가 바꿔놓을 미래의 시장과, 학교, 가정의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빌게이츠@생각의 속도'(이규행 감역, 청림출판)의 키워드는 '디지
털 신경망'이다. 기업내부의 의사전달체계를 정보기술을 활용해 전환시
킨다면 의사결정 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는 게 빌게이츠의 진단이
다.
그가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속도는 책의 제목에서 나타나듯 의사결정
에 필요한 시간을 '사고의 속도' 수준까지 빠르게 앞당기는 것이다. 최
고경영자의 아이디어가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바로 중간
관리자, 말단 직원이 알 수 있어야 하고, 일반 고객이 제품에 대해 갖
는 불만도 고객의 머리속에서 바로 기업의 최고경영진에게 전달되는 단
계다. 경쟁자, 납품 업체의 움직임도 예외는 아니다.
빌 게이츠는 기업이 디지털 신경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내
의사소통을 이메일로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는 것은 힘'이지만,힘
은 숨겨놓은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지식에서 나온
다. 이메일이조직내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뿐 아니라 거르지 않은 생생
한 내용을 조직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사실은 이미 입
증됐다.
그는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각종 자료는 온라인으로 검토할 수 있도
록 해야 하며, 디지털 피드백 통로를 만들고, 중개인을 제거하기 위해
디지털 배달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디지털도구를 이
용하여 고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까
지 모두 12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구석구석에서 이같은 원칙
들이 잘 구현된 수많은 사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빌 게이츠의 사업영역이 이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책은 어느 한편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대
형 '판촉물'이랄 수도 있다. 이 책보다 다소 앞서 출간된, 빌 게이츠와
MS의 시장독점의 폐해를 지적한 '세계를 터는 강도'의 시각에서 본다면
현재로서는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곧 'MS의 그물'에 걸려
드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법하다.
하지만 "기업이 디지털 신경망을 갖추게 되면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새로이 정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선언을 'MS의
교묘한 선전문구'만으로 보는 것은 너무 편협한 관점이다.
디지털 신경망의 중요성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나
개인도 디지털 신경망을 통해 훨씬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빌게이츠는 디지털시대가 앞으로 비즈니스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
이냐를 생각하다가 이 책을 썼지만, 독자들은 디지털시대가 앞으로 나
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