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탄생 120주년을 맞은 만해) 한용운에 대한 문학적 재
조명이 활발하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만해의 한시 74편을 번역한 '만해 한용
운 한시선', 소설가 정찬주씨가 만해 일대기를 재구성한 장편
소설 '만행'이 민음사에서 나란히 나왔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22일)을 맞아 출간된 이 책들은 근대 한국 불교의 큰 봉우리
인 만해의 생애와 문학을 재음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해 한용운 한시선'은 단순한 번역 시집이 아니라 미당과
만해의 장엄한 시적 만남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시집은 원래
지난 83년 출간됐다가 이번에 다시 출간된 것.

미당은 이 번역 시집에서 직역이 아니라 미당 특유의 구수한
언어에 의한 시적 재창조를 시도했다. 만해의 시 '여회'를 번역
한 '나그넷길'은 미당이 만해와 나눈 영적 교감에 의한 의역을
보여준다.

'온 한해를 내집에도 가지 못하고/ 봄되어 나그넷길 떠나가
나니/ 꽃아 너 한번 잘 그뜩히는 피어 있구나/산 밑으로 깊숙이
들어가 본다'(경세미귀가/봉춘위원객/간화불가공/산하기유적).

미당은 "'꽃아 너 한번 잘 그뜩히는 피어 있구나'하는 번역
은 원시에서 '간화불가공'이라고 하고 계신 것으로, 직역하자면
'꽃을 봄에 비인 데가 있을 수 없어'가 돼야겠지만, 이분의 이
경우 그 실감에 맞추어 의역한 것이다. 이의가 없을 것으로 안
다"고 주를 달았다.

미당이 골라서 옮긴 만해의 한시들은 대개 고요한 산사에서
의 서정적 선시, 3.1 만세 운동 이후 감옥에서 쓴 옥중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당은 역자 해설을 통해 각 시편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는가
하면, 각 시행들에 대한 단평도 곁들였다.

성철스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의 작가 정
찬주씨가 펴낸 신작 '만행'은 만해에 대한 전기소설이면서 불교
적 깨달음을 형상화한 구도소설이다. 세속에서의 삶에 절망한
지식인의 만해 연구 행로를 따라가는 이 소설은 '오늘 우리에게
만해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다루고 있다. 초월의 자리에 오른
고승 만해 전기가 아니라 인간 만해의 성장기, 출가와 수행, 그
의 중생구원론을 정면으로 담은 소설이다. 출가를 결심했다가
만해의 만류로 속세에서 중생들에게 침을 놔주는 지행거사가 이
소설에서 실재와 허구를 잇는 인물이다. 가상의 인물인 그의 회
상을 통해 만해의 역사적, 구도자적 삶이 재현되는가하면, 역시
그의 해석을 통해 만해의 대승 불교론이 개진된다.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만해를 거울로 삼아 제 자신을 비추어보길 바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