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지다를 방문해 파드 국왕과 회담을 가졌다. 이란
정상의 사우디행은 20년 만에 처음인 [역사적
방문]이며, 97년 집권한 온건파 하타미가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양국은 걸프해역 주도권을 둘러싸고 20년간 불편한
사이로 지냈다. 79년 이란에서 친(친)서방-친이스라엘
입장에 섰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이
그 계기였다. 87년 사우디 내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벌어진 이란인 반미(반미)시위 때 사우디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400여명이 숨지자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란은 "걸프해 방위를 외세에 맡길 수 없다"며

사우디 내 미군 주둔을 반대해 왔다. 미국이 사우디에

수천명 병력을 두고 이란-이라크에 대한

감시-정찰활동을 펼침으로써 지역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킨다는 논지다. 반면 사우디는 다른 걸프국들과

마찬가지로 군사대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란을 경계해

왔다. 이란은 사우디에 군사적 협력관계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양국은 지난 3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석유
감산(감산)에 합의함으로써 해빙(해빙)의 전기를
맞았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날 파드 국왕과 석유정책,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방문기간 동안
메카-메디나 성지순례 일정도 잡아놓은 하타미에
대해 사우디 언론은 환영일색이다.

하타미의 사우디 방문은 순방외교의 [제2편]이다.
그는 13∼15일 사흘간 체류한 시리아에서 [전략적
공조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란과 시리아는 국경을
맞댄 이라크와 아랍권에 위협이 되는 이스라엘에 대해
적대감을 공유해 왔다. 시리아는 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때 이란편에 섰고, 양국은 레바논의
반(반)이스라엘 게릴라 단체인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데 공동 보조를 취했다.

하타미는 ▲이스라엘이 67년 중동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을 반환할 것 ▲남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과 무조건 철군
등 시리아측 주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타미는 하페즈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서 나토 공습과 유고의 인종청소를
비난하고 유엔 주도로 코소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하타미는 19일 마지막 방문국인 카타르로 향한다.
그는 8일에 걸친 3개국 순방을 통해 아랍국과의 관계
개선과 외세를 배제한 걸프해역 집단 방위체제 구축
필요성을 설파한다는 구상이다. 이란 정상으로서
[20년만의 나들이]는 이 지역에 누적된 불신과 긴장
해소에 적잖은 실효를 거두리란 것이 관계국들의
기대섞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