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반장'. MBC 드라마 '왕초'에 출연하면서 김세준(36)이 촬영
장에서 얻은 별명이다. 수십명이나 되는 주-조연급 연기자들을 다독
거리고, '군기'를 다잡는 일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식사만 끝나면 후배 연기자들을 운동장에 몰아내, 축구 시합을
벌이며 땀에 젖는다. 김남주나 송윤아 같은 여자 연기자들도 나와
박수치고 응원할 만큼 출연진 호흡을 맞춘다. 촬영이 비면, 의정부
야외 세트장에서 삼겹살 구이에 즉석 소주 파티도 종종 주선한다.덕
분에 '왕초' 출연자들은 눈빛만봐도 통할 만큼 호흡이 척척 맞는다.
'왕초'에서 그는 김춘삼 '움막 식구' 앵무새 역이다. 김춘삼을
거지패에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2인자는 역시 어렵더군요. 어느때는 왕초처럼, 또 어느때는 2인
자처럼 연기하는 게 힘들어요.".
앵무새는 '움막 식구'들이 살아갈 방편을 찾으려고 애쓰는 현실
주의자다.
앵무새 역을 하느라 그는 11㎏이나 뺐다. '앵무새' 어린 시절 역
을 했던 아역 배우가 곱슬머리였다는 점도 놓치지않고, 파마로 곱슬
머리를 만들었다.
"매회 배역과 전쟁을 치릅니다. 제 속에서 앵무새적인 요소를 끄
집어내 극대화하는 작업이지요.".
김세준은 유연한 연기자로 소문났다. 청춘 드라마나 코미디 영화
에서 감초같은 조역이 단골. 영화 '신장개업'에선 자장면이냐 짬뽕
이냐 갈등하는 채소 장수로 출연해 이 코미디를 인상적으로 발진시
켰다. 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인물도 사실감있게 소화해낸다. 95년
MBC 드라마 '전쟁과 사랑'에선 조선인 군속과 포로들을 잔혹하게 다
루는 일본군 하사관으로 나서 섬뜩하게 광기어린 연기로 호평을 받
았다.
이번주 '왕초'는 한국전쟁으로 이어진다. 김춘삼을 비롯한 '움막
식구'들은 전쟁터로 나간다. 앵무새는 전쟁터에서 북한군으로 참전
한 '움막식구' 동료를 알아보지못한 채 죽인 뒤, 그 충격으로 정신
이 이상해진다. 후송된 병원에서 간호장교와 사랑을 나누는 로맨스
도 이어진다.
"욕심을 부려 한번 튀는 것보다, 평생 할 일이니만큼 무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는 "반짝 인기보다 오래 살아남는 연기자를 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