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재선거는 과연 공명선거로 치러질 것인가.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약속이나 한 듯이 12일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나섰다.
김 대통령은 12일 국민회의 지도부에 대해 "국민들이 선거문화와 정치일반
에 대해 신뢰를 갖는 계기가 되도록 공명선거의 모범을 보이라"고 지시했다
. 일부러 김중권 비서실장을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로 보내 김영배
총재권한대행과 당3역에게 그렇게 지시하고 "이번 재선거에는 어
느 때보다 엄격한 법률 적용으로 선거사범을 엄단,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의 이 지시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서울 송파갑 재선거 출마선
언 이후 여권내에서 논의된 여당의 선거 기조에 대해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여당 중앙이 재선거의 전면에 나서서 이 총재
의 온갖 약점을 까발리며 집중 공격해야 한다는 '융단폭격론'이 우세했다.
특히 이 총재가 '제2의 민주화투쟁' '독재타도' 등의 강경 구호를 외치고
있어 더욱 그랬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지시는 '힘을 빼고' 재선거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피력
으로 해석된다. 중앙당의 과도 개입, 과도한 물량 투입을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김 대통령의 목표는 두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여당의 무리수로 정치개혁
의 명분을 잃는 일이 없이, 정치개혁의 기조를 굳건히 밀고나가기 위해서인
것 같다. 또 야당과 이 총재에 대한 경고도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
가, 재선거에 '무관심'함으로써 이 총재의 국회 재진출을 '여당과의 투쟁의
성과물'로 여겨지지 않도록 했음직도 하다.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이회창 총재
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미 제안해 두었던 것을 뒤늦게나마 공감한 것"이라
며 일단 환영했다. 서울 송파갑 선거대책본부의 맹형규 조직위원장
도 "이 총재는 이미 중앙당이 개입하지 않는 공명선거를 치르겠다고 천명해
두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혹시나 정치적 복선이 없는지에도 유의하고 있다.
야당에 대한 사전 경고의 의미와 함께 선거과열의 책임을 이 총재에게 전가
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또, 송파갑 선거에 여당이 거당적으로 매달릴수록 이 총재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명선거를 이유로 송파갑 재선거에서 발을 빼려는 의
도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