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구의 0.5∼1%는 간질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선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귀
신들렸다'며 경원시해오던 질병이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대부
분 치료가 가능해졌다. 10여년간 4000명 이상의 간질 환자를 치료해
온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병인(신경과·49) 교수를 만났다.
▶ 간질은 왜 생깁니까.
-간질은 대뇌 피질(표면)이 갑자기 흥분상태가 되면서 생기는 발
작입니다. 유전적 성향에 의한 간질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질, 뇌손
상에 의한 간질로 구분합니다. 과거엔 원인을 모르는 간질이 많았지만,
최근 MRI 등의 진단기기 발달로 원인을 밝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
인으로는 뇌종양, 뇌혈관 기형, 뇌 외상, 뇌염, 뇌막염, 뇌졸중 등이
있습니다. 유전적 성향에 의한 간질은 10% 미만입니다.
▶ 왜 유독 어린이에게 많습니까.
-간질은 0∼1세와 65세 이상에서 많습니다. 이 시기에 뇌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분만시 영아의
뇌손상이 크게 줄었고, 인구의 노령화는 가속화되고 있어 현재는 어린
이보다 노인에게 간질이 더 많은 형편입니다.
▶ 어떤 치료법이 좋은가요.
-우선적으로 약물치료를 시도합니다.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나와
환자의 약 80%는 약으로 간질 발작을 완전히 중지시킬 수 있습니다.일
반적으로 소아는 2년, 성인은 3∼5년간 약을 계속 투여한 뒤, 약 용량
을 서서히 줄여나갑니다. 약을 완전히 끊으면 소아의 30%, 성인의 50%
가 재발하지만, 다시 약을 쓰면 됩니다. 약으로 간질을 완치시킬 수는
없지만, 간질의 50∼60%는 수년 이내에 저절로 낫기 때문에 그동안 발
작을 억제해 두는 것은 매우 좋은 치료전략입니다. 약물치료의 부작용
으로는 피부발진, 간독성, 위장장애, 췌장염, 복시, 운동장애 등이 있
습니다.
▶ 신경외과 의사들 중에선 간질 환자의 30∼40% 정도에게는 수술
이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합니다.
-수술은 간질치료의 마지막 단계인 만큼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체
계적으로 약물치료를 했으나 효과가 없거나, 간질을 일으키는 병소가
분명하고 제거하기 쉬운 위치에 있거나, 병소를 잘라내도 뇌 기능에
지장이 없을 경우에 한해 수술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전체의 10∼15%입니다. 수술하면 80∼90%의 환자
에서 발작이 중지됩니다. 그러나 30% 정도는 수술 뒤에도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수술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술에 너무 신중
한 것도 좋지 않은 태도입니다. 수술로 깨끗하게 완치되는 환자를 붙
잡고 약물치료를 하느라 시간만 끄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신경과 의사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 지방질을 많이 먹는 '케톤성 식이요법'이란 무엇입니까.
-최근 확산되고 있는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지능저하가 동반된
심한 소아 난치성 환자에게 시도하는 치료법이지, 보편적인 간질 치료
법은 아닙니다. 식사열량의 60%를 지방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식단 짜
기가 매우 어렵고, 먹기가 매우 곤욕스러운 게 단점이지만 치료효과는
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0년생
▷74년 연세대의대 졸
▷83년 미국 미네소타의대병원 신경과 레지던트 수료
▷84∼88 미국 인디아나의대 조교수
▷88부터 연세대의대 교수
▷98년 대한간질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