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인 무능'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작전' '말도 안되
는, 서투른, 무책임한 항복 강요'…. 나토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
폭 사건에 대해 유럽 언론들은 직설적인 화법을 쏟아냈다. 미 중앙정보
국(CIA)은 '가장 비싼 대가를 요구한 공습'의 덤터기를 썼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CIA 책임론'에 대해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을
열거했다. "나토 해명은 조종사 실수나 세르비아의 속임수 등 오폭 원
인을 둘러싼 논란을 조기 차단하려는 결단일 수 있다"는 것이 의혹의
출발점이다.

우선 위성과 정찰기가 제공하는 정밀한 정보를 배제하고, 지도에만
의존한 전통적 공격 방식을 따랐겠느냐는 것. 중국 대사관은 4년이상
된 건물이란 점에서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유고가 나토 공습에 줄곧 반대해 온 중국 대사관을 안전지대로 보고
군사장비를 은닉했다는 설과, CIA가 대사관 부지 지하에 유고군 무기고
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란 보고도 나온다. 중국이 이같은 주
장을 부인한 데다, 나토가 공격하기엔 외교적 희생이 너무 큰 공격목표
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신문이 전했다.

좀 더 그럴듯한 가설은 세르비아 간첩의 조종설. 나토는 코소보해방
군(KLA)이 지닌 유고군 관련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KLA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아군에 암호로 전달하는 과정에 스파이
가 개입됐다는 것이다.

세르비아가 고의로 흘린 헛정보에 놀아났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나토
조종사들은 공습전 '가상 현실'에서 실전같은 연습을 반복하지만, 공격
목표에 대한 기본정보는 아비아노 공군기지에서 발진하기 전에 전해받
는다는 것.

피란 행렬을 공격하는 등 나토의 반복된 실수는 세르비아의 의도된
거짓정보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일럿들의 저공비행 가능 여부
도 중요하지만, 공습의 성패는 '정보의 질'에서 좌우된다는 현대전의
속성에서 유추한 해석이다.

오폭 원인규명을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BBC
가 전망했다. 분명한 것은 CIA가 공습 과정에서 최대 악역 자리를 예약
해 두었다는 점. 지난해 5월 인도 핵실험과 최근 밝혀진 중국의 핵기술
유출 사건에서 정보력 부재를 드러낸 CIA가 세번째 치명타를 맞았다는
것이 인디펜던트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