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사태에 나토가 개입하는 것이 꼭 잘하는 일이라고는 생각
하지 않지만 이제 국가들이 힘(power)이 아니라 도덕적 목표를 위해
서도 움직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구영록(65·서울대 정치학)교수가 '한국과 국제정치 환경'(서울대
학교 출판부간)을 펴냈다. 현직 정치학 교수로는 유일한 학술원 회원
인 저자가 학회나 잡지에 발표했던 논문을 모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37년간 가르치면서 관심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지적 자서전'
이다.
그래서 유신시절 잡지에 기고했던 글도 그대로 실었다. "당시 학
자들 모두가 어용교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을
만큼수위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쓴 것은 사실입니다.".
인간 심리나 본성이 아니라 드러난 행동을 분석하는 행태주의 정
치학을 연구한 구 교수는 노작으로 꼽히는 '한국의 국가이익'에서 정
치학의 토착화를 제시했다.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가 되려면 편협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외교관계에서 힘의 비중을 60%로 낮
추고, 법과 도덕에 30%, 그리고 나머지 10%는 의리나 보은에 두어야
합니다." 철저한 계약 중심으로 움직이는 서구 논리에 익숙해야 하지
만 한국의 장점인 인본주의도 놓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평화의 구조'라는 책을 쓰고있는 구 교수는 올해 8월 정년
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정년퇴임하기는 김영국교수에
이어두번째. 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와 학자는 각자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
니다.정치 하자고 굳이 미국까지 가서 공부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는 최근들어 정치학이 다른 학문 분야보다 저작이 적은 것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이준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