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제인지 오늘인
지 모른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뫼르소의 그같은 '무관심'은 거꾸로
모든 식자의'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유행어가
바로 '부조리'와'실존주의'라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의 삶이란 뫼
르소의 행동처럼 줄거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의미한 인간의 행
동은 합리적으로 따질 수없다는 것을 카뮈는 재판과정을 통해서 생생
하게 보여준다. 뫼르소가 쏜 부조리의 총성은 지금까지 서구를 지탱해
온기독교적 세계관과 뉴턴의 과학적인 합리주의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
다. (이어녕 이화여대 석좌교수).
"카뮈의 '이방인'은 출간 즉시 최대의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입
을 모아 '종전후 최대 걸작'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의 문예 창작 가운
데서 이 소설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이방인이었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부였던 장 폴 사르트르가 쓴 '이방인'론의 도입
부다. 20세기 프랑스 소설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힌 작품이
라면 단연 '이방인'이다. 프랑스 문학의 중심지인 파리도 아닌 식민지
알제리에서 문맹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청년 알베르 카뮈가 그 소설의
작가였다.
'이방인'은 1942년 6월15일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왔다. 그해 1월
어느날 밤 카뮈는 각혈을 했다. 이미 왼쪽 폐가 결핵으로 손상됐고,더
이상 그가 좋아하던 수영도 즐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그
는 침대에 누워서 그가 파리로 보낸 소설 '이방인'을 비롯해 철학적
에세이집 '시지프스의 신화', 희곡 '칼리귤라' 원고에 대한 답신을 기
다려야 했다. 그중 '이방인'은 앙드레 말로의 추천을 받아 세상에 나
왔다. 그 소설은 출간 즉시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전시하에서
용기가 부족한 프랑스 신문들은 그소설에 대한 서평을 실을 지면이 없
었다. 카뮈에겐 '이방인' 초판 한 권만 배달됐다.
'이방인'은 부조리의 심연 앞에 선 인간을 그린 실존주의 소설의
대표작이다. 노모 장례식을 마친 뒤 애인과 무미건조한 정사를 벌이는
주인공 뫼르소는 모든 일에 무관심하고 결정을 내리기를 기피한다. 뫼
르소는 해변에 나갔다가 일군의 아랍인들과 충돌한 뒤 그 중 한사람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아랍인이 꺼내 든 단도에 반사된 태양빛이 눈
부셨기 때문이다. 그는 법정에서 "단지 태양 때문에"라고만 답변한
다. 그건 뫼르소의 진실이지만, 재판관에겐 부조리한 설명이다. 또한
노모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행실도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
친다. 결국 그는 사형 선고를 받는다. 더 이상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는 그는 군중 속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된다.
생의 마지막 날 밤 그는 감옥 창살 너머에서 풍겨오는 별, 흙, 소
금 냄새를 맡으면서 자신이 대우주의 품 속에 안기는 충만감을 느낀
다. 멀리서 들리는 뱃고동 소리는 새로운 출발의 신호로 다가온다.
'이방인'이 젊은 세대에 준 충격은 컸다.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삶 앞에 직면했지만, 그 삶과 쾌락을 사랑한다. 죽어야하는 운명을 지
녔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카뮈의 소설은 제2차 세
계대전 이후 서구합리성에 절망한 젊은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정신적
도덕을 제시했고, 실존주의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50년대 전후 한국
지식인들은 카뮈를 읽으면서 황폐한 현실의 부조리를 견뎌낼 형이상학
적 힘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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