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의 총통 선거를 앞두고 타이완(대만)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리덩후이(이등휘)총통이 미는 국민당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바닥세를 면치 못하는가 하면 야당인 민진당의 유력 인
물은 라이벌에 밀리자 탈당, 잠적해 버렸다. 또 국민에게 압도적
인 인기를 얻고 있는 국민당 대권 주자는 당내 판세가 여의치 않
자 민진당과 초당적 제휴를 제의해 놓고 있다.

지난 11년간 타이완을 이끌어온 리덩후이 총통은 3선 금지법에

따라 출마를 포기했다. 대신 후계자로 점찍어 놓은 롄잔(연전) 부

총통을 당내 단일 후보로 밀고 있다. 문제는 롄 부총통의 인기가

바닥에서 미동도 않는다는 것. 자칫하면 리 총통의 카리스마가 큰

타격을 입을 지도 모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력 후보들의 지지도 순위는 국민당
쑹추위(송초유) 전 타이완 성장, 민진당 천수볜(진수편) 전 타이
베이 시장, 국민당 롄잔 부총통, 민진당 쉬신량(허신량) 전 주석
으로 나타났다. 타이완 정계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이들의 지
지율은 각각 37.7%, 23.2%, 15.3%, 0.2%.

쑹 전 성장은 한달 반 전에 비해 지지도가 3.7% 떨어졌지만 리
총통이 미는 롄잔 부총통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있다. 아직 선거일
이 상당히 남았고, 리 총통의 카리스마가 막판에 무시못할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롄 부총통의 저조한 지지도는
위험 수위다.

쑹 전 성장과 롄 부총통은 80년대부터 이미 타이완 정계의 '4
대 공자'(송초유, 연전, 진리안, 전복)로 꼽힌 명문가 출신 자제
들이다. 쑹의 아버지는 해군 장성이었고, 롄 부총통의 아버지는
국민당의 핵심 요직을 거친 당료였다. 쑹 전 성장이 활달함과 재
기발랄함으로 대중적인 인기도가 높은데 반해 롄 부총통은 소극적
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쑹 전 성장은 당내에서 롄 부총
통을 지지하는 이 총통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지지 조직을 엮어나가는 한편 민진당과
의 제휴설을 흘리고 있다.

천수이볜 전 시장도 대중적 인기가 상당하다. 야권에서는 그만
한 지지도와 명성을 가진 인물이 거의 없다. 최초의 타이완 민선
시장에 당선됐던 그는 작년 12월 국민당의 젊은 간판스타 마잉주
(마영구)에게 밀려 시장 연임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야
당의 유일한 희망이다. 천 전 시장은 최근 민진당의 대만독립 노
선과 관련, 중국의 우려를 무마하기 위해 대륙에 '밀사'를 파견했
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천 전 시장이 민진당의 대표적 대선 주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자 쉬신량 전 민진당 주석은 지난달 25일 돌연 탈당 의사를 밝
히고 전화도 없다는 시골 지역으로 잠적했다. 그는 현재 지지도로
볼 때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대권 의지만은 누구 못지 않다.

이밖에 초당적인 인물로는 최상의 인물로 꼽히는 전 노벨 화학
상 수상자 리위안저(이원철) 중앙연구원장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
지만 본인은 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