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의 PB(고소득고객 전담
사업본부·프라이빗 뱅킹) 지점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절대로 보여 줄 수 없습니다.}
4월 8일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UBS(Union bank of switzerland) 은행의
한 지점 1층. 2층 PB 점포 공개여부를 놓고 기자와 UBS대변인
마이어씨간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마이어씨의 태도는 너무도
완강했다.
은행 내규상 고객 외에는 절대로 PB 지점 내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지점 1층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은행 업무를
취급하는 곳이고, 2층은 돈많은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PB 센터.
기자가 모르는 척하며 사진기를 1층 지점 창구쪽으로 향하자 마이어씨는
또다시 카메라 렌즈를 가로 막았다.
{자칫 고객 얼굴이 찍혀서 신문에 나면 고객비밀보장 약속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현지 방송들도 영업시간이 끝난 뒤 텅빈 객장을 촬영해
갑니다.}
다음날 시내에 위치한 한 PB지점의 주소를 간신히 파악, 직접 쳐들어
갔다. 입구에는 대형 은행 간판은 없고,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UBS] 팻말이 하나 붙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안내 데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예금을 하러 왔다}고
했으나, {예약을 하지 않은 손님은 들여 보낼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철저한 예금자 신분 보장을 통해 거액 계좌 유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위스 은행다운 처사였다.
스위스 은행들이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PB사업이란 전 세계 돈많은
부유층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업이다. UBS은행의 경우 평균
100만달러 이상을 들고 오는 손님들을 PB사업부로 넘겨 별도 관리한다.
UBS PB사업부는 고객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특별상품을 따로
만들어주는 [맞춤 서비스]로 유명하다. 수익증권, 재산관리, 자산운용,
재정자문, 신탁, 부동산관리 등 다양한 고객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고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철저하다. 마이어 대변인은 {외국인 고객이
찾아오면 곧바로 인근 지점에서 현지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아내서
고객이 편안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품질 서비스에 힘입어 UBS은행 PB사업부가 관리중인
고객자산(98년말 현재)은 무려 6070억 스위스 프랑(약 4500억달러)에
달한다. PB사업부문 세계 1위 수준이다.
마슬 오스펠 UBS 행장은 {PB 사업부가 은행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며 {전문적인 서비스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고소득 고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UBS그룹은 현재 PB사업, 투자신탁, 소비자금융, 투자은행,
캐피털(창업투자) 등 5개 사업부가 상호 연계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전형적인 유니버셜 뱅크(겸업은행). 지난 98년 스위스 은행업계 랭킹
3위이던 SBC와 합병, 세계 3위권에 들어가는 자본금을 자랑하고 있다.
또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한 스위스 은행이지만, 약관 30대의 젊은이를
최고 경영진에 합류시킬 정도로 UBS는 철저한 실적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 집행 이사회 멤버인 데이비드 소로(34) 수석
부행장이 대표적인 사례.
오스펠 행장은 경영진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미국식 문화만이 스위스
은행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
UBS 은행의 5개 사업부문( 그림 참조 )은 사업본부마다 고유 브랜드명을
부여, 대고객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 예를 들어 투자은행 분야는
[워버그 딜론 리드], 투자신탁 본부는 [UBS 브린슨]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
현재 UBS그룹 전체(투신, 소비자금융 사업본부 포함)가 관리하는 자산은
일본 국가 예산의 배가 넘는 1조달러에 달한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고객자산 1조달러가 뿜어내는 각종 수수료 수입(전체
그룹 수입의 57%)은 UBS의 공격적 경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UBS는 세계 최고의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은행으로 이름높다.
UBS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계학적으로 1% 미만의 손실 확률을 가지고
모든 금융거래 및 투자를 해왔다. 통계학적으로 2.5%의 손실 확률아래
거래하는 대부분 금융기관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위험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97∼98년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UBS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 연초 위험관리 시스템을 대폭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 최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스트레스 로스 리미트(stress loss limit)]라고 불리는 이 위험관리
시스템은 천재지변의 불상사까지 대비할 수 있는 정도라고 UBS 은행은
자랑한다.
(*바젤(스위스)=김재호기자 jaeh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