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다'는 말로 폄하되기 일쑤인 캐리커처 기법은 미술과 문학,
연극에서 부단히 수용돼 왔다. 캐리커처는 대상의 특징을 뚜렷히 나타
내기위해 과장과 생략, 그리고 왜곡된 모습으로 인간을 표현하는 기법
이다.SBS 드라마 스페셜 '토마토'는 인물묘사와 상황전개, 서사구조에
있어서 캐리커처드라마로 분류된다.

신데렐라 역을 맡은 이한이(김희선)의 꿈은 구두 디자이너다. 그녀
친구로서 마녀역을 담당하는 윤세라(김지영)는 구두 디자이너이자 테
라제화 여사장의 외동딸이다. 유리구두는 아니지만 '구두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라가 한이를 모함하는 방법도 지극히 조악
한 동화의 디테일과 닮아 있다. 모더니즘으로 무장한 시청자로서는 자
신의 세련된 관념을 버리지 않는 한 참고 보기 어렵다. 이 점이 '토마
토'의 모험이다. 유치한 듯한 도발정신으로 영악한 바보들의 허위의식
을 털어버리려 한다.

한이 친구인 유나(김유리)의 꿈은 연예인이다. 유리구두가 브라운
관이라는 현실적 목표로 바뀌어 있다. 둘 다 유리다. 유리구두든 브라
운관이든 카메라 렌즈든, 유리라는 투명한 투영체는 고금을 통해 허영
과 환상의 상징이었다.

시청자는 '토마토'라는 드라마의 묘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주
인공인 한이와 승준이 요요를 던지고 되받으며 즐거움애 빠져 있듯이,
단순함에 매몰될 줄 알아야 한다. 출근 준비를 하던 승준이 한이에게
묻는다.

"토마토는 왜 키워요?"
"좋아하니까요. 왜 좋아하냐면요, 바로 읽어도 토마토, 거꾸로 읽
어도 토마토. 제 이름이 그래요. 바로 읽어도 이한이, 거꾸로 읽어도
이한이. 그래서 좋아요. 그런데 차변호사님은 바로 읽으면 차승준, 거
꾸로 읽으면 준승차. 홍차, 녹차, 보리차, 둥글레차… 그런거 같애.".

'토마토'는 현실 자체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꿈을 상징한
다. 그 상징은 당연히 현실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캐리커처라는 용어에는 '졸렬한 모방'이라는 또다른 뜻도 있다. '토
마토'가 게으른 시청자에게까지 추파를 던지다가는 필시 졸렬한 모방
작에 그치고말 위험이 있다.그보다는 상징성에 대한 보완과 심화로 모
험심을 더해야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