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홍범(38·해군사관학교 38기, 80학번) 소령은 해양학 박사다. 그
렇다고 사관학교 교수는 아니다. 해군본부 근무. 교수직이 목표가 아
닌 항해 병과 장교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경우는 해군내에서 허 소령
이 처음.
"손자병법에도 나오잖아요. 지리를 잘 알아야 전쟁에 승리한다고.
전투력뿐 아니라, 해양환경분야에 대한 전문적 분석 능력도 중요하지
요. 첨단 장비를 활용해 '해양 예보' 같은 것을 과학적으로 할 수 있
다면, 북한 잠수함추적도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IMF로 일자리가 없어
진 자연과학계 고급 두뇌의 군 채용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해군대학 석사출신인 허 소령은 미국 남미시시피대에서 한반
도 주변바다의 생태와 계절변화를 연구, 박사를 받았다. 요즘은 해양
학 지식을 기초로 군사외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80년 해사에 들어갔을 때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힘들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지요. 그러다 휴가를 받아 서울에 가면,
거리에 터지는 최루탄, 내 나이 대학생들의 시위를 봤죠. 고민이 많았
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만 두기에는 내 청춘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전공을 갖자. 그래서 이를 악물고 영어공부부터
했습니다.".
허 소령의 해사졸업 성적은 5등. 4년간 구축함, LSD등에서 일선 함
상 근무를 한 후, 유학을 떠났다. 미국서 공부하며 그는 "군은 국민의
사랑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통일 이후의 국방 정책 변화도 이제는 생각할 때입니다. 군의 첨
단화 전략 수립 같은 게 '군 386'들이 맡아야 할 과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