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자동차 정비사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한이 없
겠습니다.".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원자력병원 272호실. 골육종암에 걸
려 병상에 누운 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 조성태(44·충남 아산시)씨
는 젖은 눈으로 작은 소원 하나를 얘기했다.

아들 동희(16·온양고1)군은 계속되는 약물치료로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다. 동희군은 초췌한 얼굴로 "2주전 수술받은 왼쪽 다리가 아
직 아프다"고 했다. 조씨는 "5년 병수발에 모든 걸 다 날렸지만, 동
희가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희가 어린이 암 환자가 된 것은 초등학교 5년때인 94년 4월. 학

교 씨름부원이던 동희군은 연습을 하다 무릎을 다쳤다. 동네 병원에

선 "간단한 타박상"이라 했지만, 통증은 심해지고 무릎은 부어올랐

다. 몇달 뒤 천안 순천향병원 정밀검사에서 '골육종암' 판정을 받았

다. 의사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하며, 6개월 이상 생명을 유지

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우등상을 자주 타고, 운동도 잘하고, 또래에 인기가 좋아 부모의
자랑거리였던 동희. 아버지 조씨는 청천벽력같은 진단 결과를 믿고
싶지 않았다. 진단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 서울 원자
력병원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검사결과는 같았다.

그해 10월. 동희는 오른쪽 무릎 부근 뼈를 28㎝ 잘라냈다. 그 자
리에 뼈대신 인공 뼈를 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다리를 굽힐 수 없었
다.

단란했던 가정은 무너졌다. 부모는 생업인 식당을 처분한 3000만
원으로 수술비와 치료비를 댔다.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치료비를 대
던 어머니는 96년 말 말없이 집을 나갔다. 하루 한 갑이던 아버지 담
배는 3∼4갑으로 늘었고, 결국 폐결핵에 걸려버렸다. 상업고등학교
졸업후 일년 정도 생활비를 대던 누나(20)는 IMF 한파로 정리해고 당
한뒤, 아직 실업자다. 구청에서 생활보호대상자라며 주는 20여만원이
동희가족의 유일한 소득이다.

불행은 그치지 않았다. 동희는 올해초 병원에서 "몇년간 보이지
않던 암세포가 왼쪽다리 허벅지에서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래서 왼쪽 허벅지 근육을 도려냈고, 이젠 왼쪽 다리를 좌우로 움직일
수 없다. 병원측은 "앞으로 2∼3차례 '일리자로프'(뼈를 조금씩 늘리
는 기구) 삽입수술을 받아야 하고, 성장이 끝나면 인공 무릎관절을
넣어야한다"고 했다.

조씨는 요즘 하루 종일 동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병실 바닥에 이
불을 깔고 곁에서 자며, "아프다"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게 그가
할 수 있는일의 전부다.

우리나라에선 동희같은 어린이 암 환자가 97년 한해 동안 1100여
명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