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터키 소설의 스타 작가인 오르한 파묵(47)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이 터키문학자 이난아교수(외대) 번
역으로 민음사에서 나왔다. 파묵은 터키의 유명 문학상을 휩쓸었
을 뿐 아니라 대중적 판매에서도 성공해 온 작가로, 그의 소설들
은 17∼19개 언어로 번역됐다.
파묵은 미국과 유럽 문단에서 제3 세계 작가이면서도 20세기
서구 문학의 실험소설 계보를 잇는 작가로 꼽힌다. '마치 보르헤
스나 칼비노 같은 이 작가는 위대한 양식을 지닌 상상력의 서술자
다'('르몽드')같은 평가를 받아 왔다.
'새로운 인생'은 '어느 날 한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시작한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이나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가공의 '책'을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그
리 낯설지 않은 형식이다. 하지만 그 '책'의 비밀을 좇는 지적 추
리를 통해 벌어지는 소설 양식 실험에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빛난
다. 젊은 공학도 오스만이 우연히 읽은 '책'의 저자가 누구인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소설 '새로운 인생'의 기본 뼈대다.
그런데 독자들은 점차 오스만이 읽은 '책' 제목이 바로 이 소
설의 제목인 '새로운 인생'임을 알게 된다. 오스만이 읽는 책을
독자들이 읽는다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유희를 펼치는 것. 게다가
이 소설은 오스만이 '책' 속에 빠져드는 정신의 여행과 그 '책'의
이상세계를 찾아가는 현실의 여행이란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현
실 여행은 서구 문화에 오염되는 터키 사회의 암울한 풍경을 보여
준다.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 기법을 차용하면서도 터키 사회가
안고 있는 서구와 비서구 문화의 갈등, 터키 지식인의 민족 정체
성 고민 등도 다루고 있다.
(* 박해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