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나라당 송파갑 후보를 사퇴한 고승덕 변호사는 한달 동안
여야 3당을 다 돌았다. 1일엔 국민회의에 이력서를 냈고, 27일엔 한
나라당에서 공천장을 받았으며, 29일엔 자민련에서 후보 사퇴 기자
회견을했다.

그의 유전 과정은 이랬다.

지난 1일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을 만나 이력서를 낸 뒤 한화
갑, 김옥두, 최재승 등 동교동계 실세 의원들을 두루 찾아 인사했다.
이력서는 A4용지 6장 분량의 장문으로 할아버지 외숙부 매형등 가족
관계를 자세히 기록했다. 국민회의측은 본인이 냈다고 하고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해 말이 엇갈린다.

국민회의는 고 변호사와 오세훈 변호사, 김희완 전 위원장을 놓
고 공천심사 작업에 들어갔다.여론조사는 고 변호사가 1위였으나 자
민련 박태준 총재 사위라는 점 등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때
가 20일경이다.

한편 고 변호사의 국민회의 공천설이 돌 때부터 한나라당에선 황
우여 의원이 그를 만났다. 황 의원과 고 변호사는 김철수 전 서울대
법대 교수의 애제자라는 인연에다가 미국 하버드대 연수 동문이어서
대단히 가깝다. 20일쯤 한나라당 신경식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고
승덕이 데려오면 어때"하고 처음 운을 뗐다. 결국 이회창 총재가 25
일 낙점했다. 이 총재와도 몇차례 만났다고 한다. 방해 공작을 의식,
한동안 숨기다가 26일 '내정' 발표를 하고 27일 당무회의에서 확정
했다. 공천장을 받은후 기자회견에서 고 변호사는 당을 옮긴 이유에
대해 "국민회의에는 공천받으러 간 것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자민련은 26일 한나라당 발표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발표
직후부터 조영장 비서실장 등 박 총재 측근들이 "장인과 사위가 맞
싸우면 어떻게 하느냐"며 뛰었으나 이튿날 한나라당의 공천 확정을
막지 못했다. 공천장을 받은 날(27일) 심야에 박 총재 자택에서 박
씨-고씨 두 집안 어른들이 모여 긴급 가족회의를 열었다. 고 변호사
의 부친까지 한나라당 입후보를 만류했으나 고 변호사는 승복하지
않았고, 이후 그의 동서와 매형 등 온 집안이 뛰었다. 29일 아침 자
민련 당사로 박 총재를 찾아가 사퇴결심을 밝히고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서는 '사퇴는 공천받은 데 가서 해야지, 왜 관계 없는 곳에서
하느냐'는 말도 적지 않게 나왔다.

(* 최구식기자 qs1234@chosun. com
*)
(* 신정록기자 jrshin4@chosun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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