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체코 대리대사 부인
한나 드로브자 코바씨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청중은 주한
외교사절 250명. 그 청중속에 한 시간 내내 손을 꼭 잡고 피아
노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벽안의 군인과 한국인 처녀가 있었다.

중립국 감독위원회 스웨덴 대표단 안데스 포글린(55)대령과 한
국에서 입양한 외동딸 미상(31)씨.

음악회가 끝난 후 포글린 대령은 군사분계선으로 딸을 데
려가 한국전쟁을 설명하고,왜 스웨덴 군인이 여기에 와 있는지
얘기했다.그는 딸에게 "판문점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서 모두가 평화의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상씨는
아버지와 함께 판문점을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들을 쫓으며 눈
부신 봄날 하루를 보냈다.

미상씨는 94년 위암선고를 받은 후 3차례나 대수술을 받았

다. 그 후로는 당뇨병과 싸우고 있다. 고통스럽게 투병하는 딸

에게 포글린 대령은 "퇴원하면 한국을 방문하자" 고 약속했다.

두살 때 스웨덴으로 입양된 미상씨는 한국에 대한 기억이 아무
것도 없다. '미상'은 포글린 대령이 입양서류에 '신원 미상'이
라고 쓰여있다는 것을 듣고 지은 이름이었다.

포글린 대령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98년 5월 한국
근무를 자원했다. 마침내 이달 중순 포글린 대령은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딸 미상씨를 한국으로 불렀다. 비원과 창경궁,
박물관을 돌아본 미상씨는 "내가 태어난 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 몰랐다"고 했다. 판문점 음악회도 포글린 대령이 딸을
위해 애써 마련한 것이라고 그와 친한 한미연합사령부 장정용
중령은 전했다.

포글린 대령은 딸이 세 번의 대수술을 받으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은 것을 대견해 했다. 그는"미상은 용기와 의지가 대단
한 자랑스런 딸"이라고 칭찬했다. 미상씨는 "처음 암선고를 받
고 제일 먼저 부모님께 미안했다" 며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준
분들께 아무런 보답도 못하고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는 "반드시 병마를 이겨내 당신들
의 진정한 딸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상씨는 "건강을 회복한 만큼 그동안 미뤘던 대학 진학을
할 생각"이라며 "농대에서 식량과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포글린 대령은 오는 6월 판문점 근무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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