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학(62) 변호사의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없다. 콩나물, 시금치,
도라지 나물까지 모두 맑은 콩나물국에 깨끗이 씻어 낸 뒤 참기름만
조금 넣고 비빈다. 77년 만성 B형간염에 걸린 뒤 22년간 몸에 밴 습
관이다. 그는 "이렇게 지독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간암과 싸워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첩 이수근(68년)과 KAL기 폭파범 김현희(89년) 재판으로 유명
세를 탔던 정변호사가 '죽음의 진단'을 받은 것은 대구지방법원장으
로 재직하던 92년 8월. 간염 발병 뒤 3∼6개월에 한번씩 받아오던
혈액-초음파 검사에서 2.5㎝ 크기의 암이 발견됐다. 그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치의의 소개로 서울백병원 이혁상 박사(일반외과)를 찾았

다. 수술 전날밤 목사에게 유언을 남긴 정 변호사는 92년 9월, 비교

적 평온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6시간에 걸친 수술에서 간 일

부와 담도, 쓸개를 모두 잘라냈다.

"수술실에서 두 팔이 묶인 것까지만 생각납니다. 깨어나니 중환
자실. 몹시 춥더군요. 옆 병상 환자의 고통스런 신음에서 죽음을 느
꼈습니다.".

정 변호사의 병원 치료는 이것으로 끝났다. 항암치료도, 방사선
치료도, 2차 수술도 없이 한달만에 퇴원해 업무에 복귀했다. 그로부
터 7년. 수술 직후 큰 며느리 뱃속에 든 첫 손주를 볼 때까지만 살
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그가 이젠 매주 한번씩 골프를 칠 정도로 체
력을 회복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아직도 암 투병중"이라고 말했다. 암에 대
해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도 석달에 한번 혈액-
간초음파검사를 하고 폐와 뼈까지 사진을 찍는다. 주치의는 "이젠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간염 발병 이후 시작했던 '지독한' 식이
요법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간에 좋은 것을 찾는 게 아니라 간에 나쁜 것을 철저하게 회피하
는 게 그의 식이요법. 때문에 모든 인스턴트 식품과 청량음료, 조미
료, 자장면 같은 유색 음식, 맵고 짠 음식은 금기다. 그는 "간 특효
약은 없지만 간을 해롭게 하는 음식은 지천에 널려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22년간 이렇게 간을 관리해 왔다. 암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항상 미리 대비하면 암을 이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
이다.

.


◆ 자문위원
▷김성윤(50·한양대 류머티스병원장·내과)
▷나종구(55·가톨릭의대 성모병원 부원장·산부인과)
▷박영요(49·이화여대 목동병원 기획조정실장·비뇨기과)
▷박창일(53·연세의료원 기획실장·재활의학)
▷성상철(51·서울대병원 부원장·정형외과)
▷유기양(57·한림대 성심병원장·소아과)
▷이종철(51·삼성서울병원부원장·소화기내과)
▷이철(50·서울중앙병원 부원장·정신과)
▷차창일(54·경희대병원QA부장·이비인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