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묘지 훼손사건은 어처구니없게도 한 무속인이 자신의 지병을 고치기
위해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용의자 양모(48·부산 B철학관
운영)씨는 {꿈에 나타나 머리를 아프게 한 충무공의 정기를 끊기 위해 저
지른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공범과 여죄가 더 있을 것
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 범인 검거 =충남 아산경찰서는 양씨가 부산 사상구 모라동 K철공소에
서 식칼을 대량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은 후, 양씨가 지난 3월 현충사에 수
십 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 잠복 근무를 벌여 23일 오후 4시쯤 부산
북구 덕천1동 B철학관으로 귀가중이던 양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B철학관에
서 식칼 77개와 쇠막대 9개, [한국묘지기행] 등 책 10여권, 전국 유명 묘지
의 위치 등을 적은 메모 10여장을 압수했다.

◆ 음독 =경찰은 양씨를 검거한 후 오후 5시20분쯤 대질신문을 위해 쇠막
대를 샀던 부산 동구 범일2동 D공업사에 데리고 갔다. 이때 양씨가 {화장실
에 가고 싶다}고 말해, 옆 건물 1층 화장실로 보냈다. 경찰은 화장실에 들
어간 양씨가 1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어, 양씨가
피로회복제 병에 몰래 숨겨온 제초제 글라신을 마시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양씨를 침례병원 응급실로 옮겨 위세척과 관장 등
응급조치를 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자 오후 8시50분쯤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측은 {제초제 200㏄를 마신 양씨가 호흡이 곤란해 산소호흡을
하고 있다}며 {현재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 범행 =양씨는 K철공소에서 식칼 200개를 구입한데 이어 D공업사에서
3차례에 걸쳐 쇠막대 60개를 주문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1차로 3월4일
충무공 묘소에 식칼과 쇠막대를 꽂았다. 이어 3월 중순과 3월말, 4월초,
4월8일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충무공 부모 묘소와 현충사 등에서 범행했다
. 양씨는 부산에서 천안역까지는 열차를, 천안에서 범행 장소까지는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이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씨는 범행때마다 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 사이에 혼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검거 과정 =아산 경찰서는 지난 20일 사건이 발생한 직후 범행에 사용
된 식칼 제조업체를 탐문한 결과, ▲이 칼이 부산지역에서 제조됐으며 ▲자
갈치 시장 상인과 무속인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 부산에 경찰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K철공소로부터 {여성무속인이 식칼을 3월초에 100개
, 4월초에 100개 사갔다}는 제보를 받고 양씨 검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