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들의 정계개편 관련 언급이 하나 더 추가됐다. 지역
연합, 전국정당, 동진, 합당에 이어 이번에는 '큰 틀'론이다. 김정길
대통령 정무수석은 22일 "모든 정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는 큰틀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또 한번 뒤집혔다. 만약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내각제 등
정치 현안에 미칠 파장은 막대할 것이다. 더구나 그 언급이 대통령의
일급참모 입에서 나왔다면 누구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김 수석은 후에 "사견"이라고 발을 뺐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나온 온갖 정계개편론으로 벌어진 크고 작은
소동은 이제 그 횟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 마치 '정계개
편'이 청와대의 비원인 것 같을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의 정계개편론
은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다. 개별적인 야당의원 빼오기만 있었을 뿐
정계의 개편이라고 부를 만한 움직임은 사실상 있은 적조차 없다. 이
번의 '큰 틀'론의 경우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징후는 없어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언급의 시점이다. 진정한 정계개편은 국민의 표
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이제 다음 16대 총선은 1년도 남지 않았
다. 그런데 김 수석은 "(정계개편은) 총선 전일 수도 있고, 총선 후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선 전 정계개편이라면 불과 11개월짜리
수명의 정계개편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또 총선 후라면 국민이 만든
정계구도를, 투표가 끝나기 무섭게 또 인위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바
꾸겠다는 뜻이다.
한달여 전, 여야 총재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인위적 정계개편
이 없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다. 김 수석은 그 총재회담이 성사되
도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람이다. 그런 김 수석이 국정을 잘 돌
보고 선거로 심판을 받아 정계개편을 이루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