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칸영화제 화제는 '도그마 95'가 독점했다. 라스 폰 트리에를
비롯한 덴마크 감독들이 영화의 순수성을 되찾자며 95년 발표한 '순
수 서약 10계명'을 일컫는 말이다. 세트촬영이나 특수조명을 금한다,
장르영화를 배격한다, 회상장면은 넣을 수 없다, 카메라는 들고 찍어
야 한다…. '도그마 95'에는 규칙들이 세세하게 명시돼있다. 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셀레브레이션(Festen)'
은 그 첫 작품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헬게의 60회 생일 잔치에 가족과 손님이 모여
든다. 장남이 아버지의 충격적 죄과를 폭로하면서 파티는 혼돈에 빠
진다.
6㎜ 디지털 카메라로 어지럽게 들고 찍은 '셀레브레이션'은 흡사
가족행사를 담은 홈비디오 같다. 카메라 특성대로 즉흥 구도가 많고,
좁은 실내에서 찍느라 인물들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라이터불 하나
만으로 조명을 삼은 대목은 스탠리 쿠브릭 '배리 린든'의 촛불 조명
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쿠브릭의 화려한 형식실험과 달리, '셀레
브레이션'은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스타일이 금욕적이기까지 하다.
아버지 권위를 극적인 방법으로 부정함으로써 가정을 지옥도로 그
리는 화술은 곧 '도그마' 상황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권위적 영화
통념들을 깨부순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신앙에
가까운 열정과 쇼맨십이 뒤엉킨 도그마 영화는 확실히 대안적이고 신
선하다. 하지만 도그마 영화는 기본적으로 안티테제 영화다. 반항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권위가 건재할 때뿐. 도그마의 갖가지 제한들은
또 하나 '교조적 영화'를 낳을 수 있다. 새롭다는 개념만큼 상대적인
것도 없다.
(*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