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사태를 놓고 유럽 지성계가 찬반으로 첨예하게 갈려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중도좌파 일색이지만, 코소보 문제를 둘러싸고
각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은 다양한 견해와 이념적 성향을 표출하고있다.

특히 나토가 주권국인 유고에 군사 개입하면서 "개별국가의 주권보다
는 보편적 이념인 인권이 우선한다"는 논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
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필립 세갱 집권 우파공화국연합(RPR) 당수가 지난 16일
같은 진영인 시라크 대통령의 유고공습 지지에 불만을 품고 당수직을 사
임했다. 그는 "시라크의 유고정책이 오도된 여론조사에 의한 자살전략"이
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이른바 '68세대'로 불리는 프랑스 학생운동의 영
웅 다니엘 콩방디는 나토의 유고공습을 지지, 코소보 사태를 두고 좌우가
뒤바뀐 양상을 보였다.

독일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독일군의 유고 참전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특히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과 녹색당의 일부 지식인들은 나치의 망
령을 상기시키며 독일군의 참전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집권 사민당
(SPD)을 비롯한 중도좌파와 기민당(CDU)은 나토 공습을 지지했다. '양철
북'으로 유명한 작각 귄터 그라스는 "나토의 유고사태 개입이 뒤늦은 감
마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나토 회원국이 된 체코는 대통령과 총리가 지지와 반대로 나뉜
케이스.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를 비난, 나토
의 발칸 개입 명분을 옹호했다. 그러나 밀로스 제만 총리는 나토 공습을
'미개인의 만행'이라고 비난했다.

반전세대로 불려온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게하르
트슈뢰더 독일총리 등이 이번 유고공습을 주도하고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
를 느끼게 한다. 블레어 총리는 최근 뉴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영
토가 아니라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인도주의 가치를 수호
하기 위해서는 공습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진보적 월간지 'Z'기고
문에서 "나토의 공습이 인도적 개입이라는 선의로 치장돼 있지만 이는 정
치적수사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로버트
맥나마라 전 미 국방장관도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극단적 민족간 분쟁에
외국군대가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인도주의적 판단 문제를 제기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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