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P 약속은 충청권에 정권 준다는 것" 새 해석 ##.

♧ 김대중 대통령 주위에는 다양한 자문 그룹이 있다.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자문 그룹은 95년 6월 지방선거, 96년 4월 국회의원 총
선, 97년 12월 대선에 이르기까지 김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위한 여러
가지 전략과 이론을 제공해왔다. 95년 지방선거 당시의 '지역등권론',
96년 총선 후의 '지역연합론'과 DJP 후보 단일화론 등은 바로 이들의
아이디어였다.

이런 주장을 폈던 DJ 자문그룹 일각에서 최근 새로운 논의가 제기
되고 있다. DJ정권의 최대 과제인 내각제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핵심
은 '다음 정권을 충청권에 넘기는 방법으로 내각제를 돌파하자'는 것
이다. 이른바 '충청권 후계 구도를 통한 내각제 돌파론'이다. DJ 임기
말 개헌, 이원집정부제개헌 등 기존의 가설이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의 논의는 당사자의 말대로 아직은 개인적 차원이다. 그러나
이들의 아이디어가 개인적 보고서 등 여러 경로로 김 대통령에 전달되
는 것으로 알려져, 권력 핵심부에서 논의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에서 관심을 끈다.

설사 권력 핵심부의 전략으로 채택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각제
문제 해결에 '고민'하는 권력 핵심부의 기류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흥
미롭다. 실제로 한 인사는 개인적 차원임을 전제, "내각제를 안 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후계 구도를 통한 내각제 돌파론도 그 일환이다. 자문그룹
에 속한한 인사는 "DJP 약속을 형식은 못 지키고 내용은 지키는 방법"
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이란 내각제 개헌을 말하고, '내용'이란 충청
권에 정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이 인사의 얘기다. "DJP 약속에 따르면 내각제 개헌 뒤 총리를 자
민련측이 맡도록 돼 있다. 내각제 아래서 총리는 권력의 핵심이고, 이
는 결국 다음 정권을 충청권이 맡는다는 것이다. DJP 약속의 정신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이같은 약속 중 내각제 개헌이라는 형식은 철
회하고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충청권에 정권을 넘긴다는 내용은 지키
는 방법으로 내각제를 돌파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꼽는
다. 합당 뒤 당권을 JP에게 주고, 대신 공동정부내 자민련 몫 각료는
모두 국민회의에 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여러 문제가 있
다는게 이들 스스르의 판단이다. 이렇게 할 경우 '차기 대권=JP'로 굳
어져 DJ는 곧바로 레임덕에 빠지고 경제 개혁도 안되며, 무엇보다 DJ
가 아직은 누구에게든 당권을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라
고 한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정치권의 '헤쳐 모여'이다. 국민회의를 해체한
뒤 자민련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정치권을 재편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
DJ가 당 총재를 맡고 지역별로 최고위원을 두며 최고위원 중 대표최고
위원을 둔다는 방안이다.

'헤쳐 모여'의 계기는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다. 한 인사는 "중
대선거구제로 하면 야당의 수도권과 자민련 비충청권 출신들이 국민회
의에 합류할수 있고, 그러면 국회 과반수 의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
다.

이와 관련, 최근 DJ가 "소선거구제가 국민회의의 당론"이라면서도
"자민련, 한나라당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중대선거구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나,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임채정 의원(국민회의)
이 "다른 당이 제의하면 중대선거구제를 받을 생각"이라고 한 말은 주
목된다.

이렇게 해서 정치권이 재편되면 충청권의 개혁 성향 인물을 차기
대선 후보로 키우고, 다음 대선에선 '호남이 충청을 지원'해 정권을
잡도록 한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DJ의 내각제 약속
위반에 대해선, DJ가 95년 정계 복귀 때처럼 국민에 사과하는 정공법
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헤쳐 모여'의 경우 'JP
배제'도 전제하고 있는데 이는 DJP공동정부의 해체라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매우크다.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제에 합의할지도 문제이고,인
위적 정계 개편이라는 무리수를 둬야 한다는 것도 여간 난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충청권 후계 구도'라는 약속에 대한 신뢰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DJP 내각제 약속을 파기하면서 하는 또 하나의 약속
을 얼마나 믿을 것이며, 나아가 그런 방법으로 정권 획득이 가능할 것
이냐 하는 문제이다.

결국 '도상 연습'으로 그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정치는 살아 움
직이는 생물'이라는 DJ의 말처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변화 무
쌍함에 이들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같다.
(* 김낭기 주간부 차장대우 = ng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