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실시된 터키 총선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국민운동당(MHP)
이 떴다. 10% 이상을 득표해야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95년(8.1%득표) 단 1석도 얻지 못했던 국민운동당은 초기 개표결과
1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좌파당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이
로써 국민운동당은 22년만에 중앙 정치무대에 진입하게 됐다. 데블레
트 바첼리 당수는 "불안정한 정부와 정치적 부패가 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집권당인 민주좌파당(DLP)은
뷜렌트에제비트 총리의 깨끗한 이미지에 힘입어 24%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95년 선거에서 20% 가까운 지지를 얻
었던 조국당(MP)과 정도당(TPP) 등 중도우파 정당들이 대거 몰락하면
서 표가 국민운동당 쪽으로 몰린 점이다. 또 95년 득표율 21%를 기록
하며 제1당으로 부상했던 복지당의 후신 이슬람도덕당(IVP)이 득표율
16%에 그치며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국민운동당이 예상외로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쿠르드 독립
운동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 체포를 전후해서 일기 시작한 민족주의
바람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진작부터 반쿠르드 노선
을 천명한 국민운동당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가 오잘란의 신병 인도
를 거부하자 이탈리아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여 유권자들의 민
족주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 이번 총선에서 쿠르드 인민민주당(HADEP)
이 3.3% 라는 극히 낮은 득표율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통적으로 이슬람 세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던 군부가 이슬람
행동주의자들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해온 것도 표의 향방에 영향
을 미쳤다는 분석들이다. 군부의 강한 목소리는 이슬람도덕당의 표를
깎아먹고, 국민운동당의 세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에제비트
총리도 "종교를 정치목적에 이용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장단을 맞추
었다.
무엇보다 터키는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불안을 극복하는데 또다시
실패했다. 95년 이후 5차례나 정권이 바뀌는 등 불안한 연정을 유지
해왔으나 이번에도 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0%를 크게 넘는 당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지 N-TV는 3개당이 연정이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다가올
정치불안은 각 당의 이해가 걸린 예산-경제개혁 문제와 EU(유럽연합)
가입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