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가 없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8월5일 도쿄발 서울행 대한항공기가 김포공항에서 활주로
이탈사고를 낸 뒤 대한항공 최고 경영자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 대한항공이 이번엔 중국서 사고를 일으켜 최소 6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지난달 15일 포항공항에서 활주로 사고로 70여명
의 부상자를 낸지 한달 만이다. 상해 공중폭발 사고원인은 아직 밝
혀지지 않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누적된 안전불감증
이 또다시 대형참사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일련의 사고 이후 건교부로부터 중징계를 받
고 1500억원을 들여 미국 델타항공과 안전운항체계를 구축하고 보
유항공기 112대에 대한 종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 지난
해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시켰던 숙련 정비사중 일부를 다시 불러
들이고 안전결의대회를 갖는 등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그
러나 포항사고에 이어 이번 상해 공중폭발사고로 대한항공의 안전
대책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항공전문가들은 그런 형식적인 안전점검이 통하지 않는 상명하
복의 경직된 대한항공 조직문화가 사고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
적했다.실제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사 경영진이 현장시찰을 하고
가면 시말서 쓸 일만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잇단 사고가 나도 최
고경영진부터 책임지려는 자세가 아니라 조종사나 직원들에게 "너
희들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려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잇단 사고가 나도 항상 '남의 탓'만 하고 자기반성을
모르는 대한항공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
항공은 97년 괌사고가 난 직후 사고원인을 관제미숙으로 돌렸고 지
난해 8월 김포공항 활주로 이탈사고, 지난달 포항사고는 돌풍 때문
이었다고 변명했지만 사고원인은 모두 '치명적인 조종사 과실'로
드러났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무감각에 대해 "지난해 8월
이정무 건교부장관은 대한항공 경영진의 안전감각을 지적하며 강한
'경고'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대한항공에서는 별다른 대응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반응을 보인 것은 작년 가을까지 7
건의 사고가 나고 1주일 뒤였다.
또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화해 일방통행식 업무지시가 성행하
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건교
부 한 관계자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공무원 뺨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달 발생한 포항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착륙때 당연히 있
어야 할 기장과 부기장간의 점검, 복창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
져 얼어붙은 회사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