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인사 집 절도 사건의 가장 큰 의문은 유종근 전북지사의 서울사무소
직원 사택에서 미화 12만 달러를 도난당했는지, 경찰은 축소수사를
기도했는지 두가지다.

인천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절도범 김모(32)씨는 15일 한나라당 소속인
정인봉, 엄호성 변호사에게 "사택 서재에 있는 007가방을 여니
100달러짜리가 100장씩 묶인 달러 뭉치가 12개 나왔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김씨가 진술한 범행시간과 장소, 상황이 경험하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구체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지사의 비서관은 지난 7일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면서 "도난당한
건 현금 3500만원과 귀금속 500만원 뿐"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비서관 진술만 인정, [4000만원 도난] 부분만 수사했다.

범인 김씨가 훔친 달러 뭉치를 공개하면 [12만달러] 도난 의혹은 쉽게
풀린다. 김씨는 "달러는 암달러상 등 불법조직에서 원화로 바꿔 유흥비로
거의 다 써버렸다"고 했다. 현재로선 진실이 쉽게 밝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절도범 김씨는 한나라당 안양 만안지구당에 보낸 편지와 한나라당 변호인단
접견에서 "경찰이 내 자백 내용을 축소하고, 회유하기 급급했다"고 일관되게
얘기했다.

김씨는 "경찰이 나를 때리고 협박하면서 배경환 안양경찰서장의 피해액에서
5000만원을 빼고, [달러는 없었다]는 유 지사측 말을 시인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자신을 밤늦게 불러내 10여차례 소주와
고기를 사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김씨의 수사축소 주장에 대해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부평경찰서 육성기 형사과장은 "배 서장이 일관되게
[잃어버린 돈은 800만원]이라고 진술하고,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며 "폭행이나 술과 고기 대접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경찰이 김성훈 농림부장관 집에서 패물과 그림을 훔친 사실은
조서작성 자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으나, 육 과장은 "김 장관 그림의 경우,
압수품에서 확인했으나 김 장관이 도난 신고를 하지 않아 수사보고서를
작성,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훔쳤다고 주장하는 12만 달러의 행방에 대해 뚜렷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대도] 조세형을 흉내내려고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김씨를 면회하고 돌아온 한나라당 변호사들은 "김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며 "수사기관의 축소 은폐 의혹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필로폰 중독자로 범행때마다 필로폰을 투약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뢰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 이효재기자 hyoj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