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나토는 도대체 뭘 어쩌려고 이러는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그런 물음을 던졌다. 13일로
21일째 계속되는 공습의 목적이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순아자창,
역아자망(내 말을 듣는 자는 번창할 것이고, 내 말에 거스르는 자는
망할 것이다)' 이런 뜻인가? 고전의 글귀까지 동원해가며 미국과
나토의 공습이유를 따지고 들었다.

인민일보의 논리와 상상력은 미국과 유고의 공습 배후를 신랄하
게 파고든다.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과거 제국주의에 대항한다며 나
섰을 때 흔히 사용하던 '패권의 로직'이라는 용어까지 구사해가며….

"인종청소라는 인도주의적인 재난을 저지한다는 구실로 남의 나
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인민일보의 논리는
거기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인도주의적인 재난이 벌어지는 곳이 유
고 뿐인가? 왜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인 재난에는 무력을
동원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미국과 나토 행동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밀
로셰비치가 랑부예 협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고에 외국군대의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 독립국가가 외국군대
의 주둔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무력을 동원해서 공격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중국이 보기에 미국과 나토의 행동에는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
는 것 같다는 데까지 인민일보의 생각은 전진한다. 그리고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미국과 나토가 유고를 때리는 것은 아무래도 러시
아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는 아무래도 러시아를 잠재적인 '대수(호
적수)'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전에 유고를
공격,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을 끊어놓는 데 이번 공습의 진정한 목적
이 있다.".

미국과 나토는 그렇게 해서 새로운 21세기에도 온 세계를 미국과
유럽 마음대로 움직여보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
국과 나토의 '새로운 전략'이며, '새로운 간섭주의'라는 것이다. 그
러면서 '인도주의적 간섭'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식
민지시대의 함포외교' '밀림의 법칙'이라는 말을 동원하는 것도 잊
지 않았다.

인민일보의 이런 논리에 클린턴 대통령의 말이 겹쳐진다. 지난달
24일 공습개시 직후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클린턴은 "1990년대
에, 그것도 유럽의 한복판에서 학살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
어서…" 공습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
이 바탕에 깔린 클린턴의 말 뒤에는 과연 인민일보식의 냉전적 전략
이 감추어져 있었던 것일까.
(* 박승준 국제부차장 sjpark@chosun.com *)